|
에닝요(31·전북)의 귀화를 두고 여전히 시끄럽다.
태어난 국적과 자라온 문화에 관계없이 뛸 수 있다면 대표팀이라 할 수 없다. 대표팀은 말 그대로 그 나라의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다. 국가대항전 중 축구가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은 '민족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끈끈한 수비축구, 독일의 탄탄한 조직축구, 브라질의 자유로운 기술축구 등은 모두 민족성이 투영된 결과다. 무조건적인 '순혈주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단군의 후예'만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에게 자격이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귀화 선수를 받아들였지만, 라모스, 로페스, 툴리오, 알렉스 등은 이미 10년 이상 일본에 체류해 겉모습만 다를뿐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는 한국대표팀이 한국의 특징인 '정신력'과 '투지'를 앞세운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에닝요는 훌륭한 선수다. 최강희 감독의 생각처럼 그를 대신할만한 선수가 한국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축구가 안고 가야 할 문제다. 한국에 수준급의 측면 미드필더가 없다면 시스템을 고치거나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 에닝요의 귀화가 위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박지성 이영표 등과 같은 신데렐라가 나타날 기회가 원천봉쇄된다. 발굴, 육성 따위는 필요없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귀화시키면 된다. '결과'를 위해 '과정'을 포기하는 것이다. 과정은 '한국의 축구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임에도 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