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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닝요 귀화, 카타르 욕할 것 없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5-11 17:06 | 최종수정 2012-05-13 12:16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3차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가 열렸다. 시합 전 A대표팀 선수들이 한데 모여 승리의 다짐을 하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1.10.11.

에닝요(31·전북)의 귀화를 두고 여전히 시끄럽다.

찬반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의 입장은 이렇다.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위해 에닝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대표팀의 단기적인 전력 강화를 목적으로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켜 대표팀에 '용병'을 들이겠다는 것이다.

카타르의 행보와 다를게 없다. 카타르에는 브라질과 우루과이, 세네갈, 수단, 가나 등에서 건너온 '용병'들이 뛰고 있다. 중요한 전쟁을 앞두고 이웃나라로부터 '용병'을 데려온 것과 다를 바 없다. 카타르 축구도 마찬가지다. 공격은 대부분 이들이 책임진다. 선봉장 개념이다. 우루과이 출신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브라질 출신 파비우 세자르는 카타르 공격의 중추다. 소리아는 68경기에 나서 26골을 넣었다. 세자르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팀 전체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카타르는 오래전부터 자국 대표팀 수준을 올리기 위해 스타급 선수들에 돈을 쥐어주고 귀화를 시켰다. 세계 축구계는 논란에 휩쌓였다. 카타르가 굴하지 않고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는 브라질 출신의 아일톤마저 귀화시키자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이 나섰다. 아일톤의 귀화는 인정되지 않았고, FIFA는 '귀화한 선수는 18세 이후에 해당 영토에서 5년 이상 거주해야 국가대표 경기에 뛸 수 있다'고 법을 개정했다. FIFA가 법을 바꾼 이유는 하나다. 대표팀의 의미 때문이다.

태어난 국적과 자라온 문화에 관계없이 뛸 수 있다면 대표팀이라 할 수 없다. 대표팀은 말 그대로 그 나라의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다. 국가대항전 중 축구가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은 '민족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끈끈한 수비축구, 독일의 탄탄한 조직축구, 브라질의 자유로운 기술축구 등은 모두 민족성이 투영된 결과다. 무조건적인 '순혈주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단군의 후예'만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사람에게 자격이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귀화 선수를 받아들였지만, 라모스, 로페스, 툴리오, 알렉스 등은 이미 10년 이상 일본에 체류해 겉모습만 다를뿐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는 한국대표팀이 한국의 특징인 '정신력'과 '투지'를 앞세운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에닝요는 훌륭한 선수다. 최강희 감독의 생각처럼 그를 대신할만한 선수가 한국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축구가 안고 가야 할 문제다. 한국에 수준급의 측면 미드필더가 없다면 시스템을 고치거나 새로운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 에닝요의 귀화가 위험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박지성 이영표 등과 같은 신데렐라가 나타날 기회가 원천봉쇄된다. 발굴, 육성 따위는 필요없다.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귀화시키면 된다. '결과'를 위해 '과정'을 포기하는 것이다. 과정은 '한국의 축구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임에도 말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태극마크는 축구 선수가 꿈꾸는 가장 큰 목표다. 그 중에서도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대표팀과 월드컵을 바라보며 수많은 선수들이 지금 이순간에도 땀을 흘리고 있다. 그래서 에닝요를 향한 축구협회의 구애는 안타깝다.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스폰서'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축구협회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에닝요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주는데 혈안이 돼있다보니 명분과 절차를 모두 무시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태극마크의 가치는 철저히 무너져 버렸다. 한국에 대한 진정성 없는 외국인 선수에게 대표팀 자리를 내줄 경우, 대표팀과 월드컵을 바라보며 꿈을 키어온 기존 선수들의 박탈감과 배신감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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