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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백만원은 한국축구계의 오심없는 그날을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이다.'
'벌금 모금함'은 지난달 28일 수원-성남전에서 스테보가 에벨찡요의 발을 밟는 상황을 불과 5~6m 앞에서 보지 못한 심판 판정에 엄중 항의하는 뜻을 담았다. 당시 판정에 격렬히 항의한 후 "휘슬이 경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언급한 신 감독에게 경기 심판규정 제4장 36조 5항('인터뷰에서 경기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하여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는 조항)에 의거 벌금 500만원의 제재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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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백만원은 한국축구계의 오심없는 그날을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이며 이번 오심에 대한 소리없는 외침입니다. 기꺼이 신태용 감독님의 벌금으로 사용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끝맺었다. 진심어린 팬심 앞에 신 감독이 그만 숙연해졌다.
'벌금 모금 운동'은 사실 성남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서울 팬들이 당시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을 위해 벌금 모금을 전개했다. 포항과의 컵대회 4강 2차전 직후 "심판 3명만 있으면 우승도 가능하다. 축구할 필요가 없다. 이제부터 야구를 봐야겠다"며 심판 판정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1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서울 공식 서포터 '수호신'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벌금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
3년만에 다시 팬들이 움직였다. 성남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도권 명문구단이지만 관중 동원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줄곧 변방에 머물렀다. 모기업의 종교적 한계나 베드타운 분당의 지역적 특성 등을 이유 삼았지만 뛰어난 성적에 비해 부족한 팬심을 변명할 말은 많지 않았다. 그랬던 성남이 'K-리그 바로 세우기'의 중심에 섰다. 적지만 행동하는 성남 팬들의 힘을 보여줬다. 부당한 오심에 대해 입도 뻥긋할 수 없는 감독과 구단을 대신해 팬들이 할 말을 했다. K-리그의 주인이자 서포터스 문화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를 자임했다. 시즌 초 난동, 싸움으로 얼룩진 팬심, K-리그 팬 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 구단도 큰 힘을 얻었다. 든든한 '지원군'의 존재에 새삼 감사하고 있다. K-리그의 발전을 위해 성남이 할 일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
신 감독은 팬들을 향해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우리 선수단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 주심들과 상생, 발전하고 K-리그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뿌듯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돈의 사용처와 관련 "정말 축구 팬들을 위해 좋은 일에 써야겠다. 구단과 상의한 후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수원전 후 속상해서 이틀간 밤잠을 설쳤다는 신 감독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K-리그 성남 팬들이 오심의 상처를 다독였다. K-리그가 위로받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