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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팎에서 나오는 얘기 때문에 너무 힘드네요. 스트레스 때문에 십이지궤양이 재발됐어요."
막상 대전에 직접 몸을 담궈보니 현실은 더 열악했다. 시설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무엇보다 대전을 둘러싼 수많은 말들이 그를 힘들게 했다. 대부분이 정치적인 싸움에 관한 것이었다. 입닿고 귀닿고 선수단에만 집중했지만, 쉽지 않았다. 2011시즌을 3승3무6패의 성적표로 마쳤다.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유 감독은 원하는 선수만 보강된다면 해볼만하다며 자신했다. 그러나 뜻대로 되는 것은 없었다. 김광희 전임 사장의 독선이 발을 잡았다. 전지 훈련지부터 선수 영입까지 의도대로 된 게 없었다. 한차례 전훈을 추가로 요청했지만 묵살당했고, 좋은 선수는 비싸다고 거절당했다. 멕시코 전훈을 위한 비행에서 선수단과 함께 이코노미석에 타는 불편도 감수했다. 열악한 시민구단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축구를 펼칠 수 있을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는 분위기는 참을 수 없다. K-리그 초보 감독을 데려다 놓고 10개월만에 성적을 내라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좋은 선수가 즐비한 팀도 아니고, 입맛에 맞는 선수도 영입하지 못한채 모든 책임을 감독에 돌리는 것은 아쉽다. 흔히 신임 감독이 새로운 팀을 맡아 자기 색깔에 맞는 축구를 구사하기까지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팀을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고 대전이 퇴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천의 설기현은 3월 대전과의 경기 후 "시민구단이라 멤버 구성 쉽지 않았을텐데 직접 경기를 해보니 선수시절 가지고 있던 치밀함을 감독이 돼서도 발휘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주변의 여러 평가가 있지만 선수들을 통한 평가가 가장 정확하다. 대전은 좋은 축구를 하고 있고,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유 감독의 능력을 칭찬한 바 있다. 유 감독도 한차례 반전의 계기만 있다면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팀을 믿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