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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 정종덕, 춘천기공에서 마지막 불꽃 태운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4-25 14:35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다웠다. 아마무대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했던 그는 자신의 축구인생 마지막 도전지로 '마음의 고향'을 선택했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고교 무대에서 마지막 마무리를 하기로 결심한 백전노장. 그는 바로 정종덕 감독(69)이다. 정종덕 감독이 돌아왔다. 2002년 건국대 명예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에 춘천기계공고를 맡았다.

의외의 결정이었다. 정 감독은 스타 감독이다. 1968년 경신중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경신고와 안양공고, 대구 계성고를 맡았다. 총 14차례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어냈다. 1980년 건국대를 맡은 정 감독은 22년동안 7차례의 우승을 비롯해 14차례 4강에 오르는 등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황선홍 고정운 윤상철 이상윤 유상철 이영표 등 스타 선수들도 길러냈다. 건국대에서 물러난 뒤 TV해설가와 포항의 기술 고문 등으로 활약했다.

춘천기계공고를 맡은 것은 의외의 결정이었다. 그의 그릇과 능력이라면 더 좋은 팀으로 갈 수도 있었다. 가능성 때문이었다. 2009년 10월 창단한 춘천기계공고는 1년 10개월만인 2011년 8월 추계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직전 유상철 감독이 K-리그 대전시티즌으로 떠났지만 남은 선수단이 합심해 일구어낸 결과였다. 그해 강원도내 리그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왕중왕전에서 2회전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팀이 안팎으로 흔들렸다. 지도자들은 팀을 떠났다. 축구부를 지원하고 운영하는 학교와 동문회는 경험많고 능력있는 정 감독을 원했다.

32년만에 고교무대로 돌아온 정 감독은 자신의 마지막 축구 인생을 불사를 생각이다. 할아버지와 같은 인자함 그리고 때로는 엄한 선생님으로 선수들을 조련할 생각이다. 30일부터 정식 발령이다. 하지만 벌써 학교를 찾아가 훈련 지시를 했다. 자신의 축구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모두 전수해줄 생각이다. 정 감독은 "늙은 나에게 기회를 준 학교 측에 감사한다. 축구 인생의 마지막이다.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벌써 스타플레이어로 대성할 수 있는 선수들도 몇몇 눈여겨 보았단다. 정 감독은 "선수들 모두 능력이 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좋은 선수로 길러낸다면 또 다른 기쁨이 될 것이다"고 즐거워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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