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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오는데 경비아저씨가 내 기사가 나온 신문을 주셨다. 느낌이 좋았다."
수중전이었다. 양팀의 공방이 이어지던 전반 25분 무렵 부산 벤치가 분주해졌다. 교체사인이 떴다. 13번 최진호를 7번 파그너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읽혔다. 최진호는 지난해 12경기에서 1골을 기록했다. 올시즌 9경기만에 비로소 그라운드에 섰다. 모처럼 찾아온 천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종원의 슈팅이 강원 골키퍼 송유걸의 손에 맞고 나오자 필사적으로 문전쇄도했다. 튕겨나온 공을 강하게 차넣으며 골망 중앙을 흔들었다. 2연속 덤블링 세리머니로 올시즌 마수걸이골을 자축했다. 독일 브레더 베르멘 16세 이하팀에서 뛴 이색 경력이 있다. 그곳에서 기본기를 익혔다. 지난해 관동대를 졸업하고 부산에 입단한 최진호는 지난해 강원과의 K-리그컵 대회에서 프로 첫골을 기록한 비장의 '강원 킬러'다. 올시즌 첫 그라운드에서 또 강원을 상대로 시즌 첫골을 쏘아올렸다. 지난 17일 한남대와의 연습경기(4대1 승)에서 1골을 터뜨린 골감각을 그대로 K-리그에 옮겨왔다. 저돌적인 플레이로 감독의 기대에 200% 보답했다.
시즌 첫경기, 첫골에 대해 의외로 담담했다. "골 넣어서 이기긴 했지만 스스로 실망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긴 것에만 의미를 두려 한다. 선두권 도약 발판을 마련해 기분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
공격수지만 '질식수비'로 이름지어진 팀 컬러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수비축구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맞는 말이다. 그건 우리팀의 무기이자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골을 넣은 지 10여분 후인 전반 36분 최진호는 홈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파그너와 교체됐다. 교체와 관련해서도 최진호는 겸손했다. "첫 출전에서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오히려 팀에 방해가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안 감독은 경기 후 최진호를 칭찬했다. "과정이 좋았다. 충실했다. 2주간 준비과정에서 기대심리를 갖게 했고, 기대심리를 충족시켜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역할을 해준것에 감사한다. 지금보다 장래기 기대되는 선수다. 늘 열심히 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선수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성장할 것이라 본다"고 했다. 교체사인과 관련해서는 "첫출전 부담 작용하는 듯했는데 선수가 알았는지 골로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다행스럽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있을 때 교체가 아닌 골 이후의 교체는 자신감을 주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전북전에서 2경기 연속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던 부산은 3경기만에 첫 득점과 함께 승리를 기록했다. 그토록 고대하던 홈 첫승이다. 지난 3월30일 성남전 이후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 서울전 이후 3경기 연속 무실점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