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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키즈'홍 철 삭발 투혼,'위기의 신공' 구할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4-11 09:00 | 최종수정 2012-04-11 09:00


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개막전 전북현대와 성남일화의 경기가 열렸다. 전북 에닝요가 성남 홍철의 수비를 제치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3.3

'성남 키즈' 홍 철(22·성남 일화)이 삭발 투혼을 보여줄까.

외모에 민감한 신세대 축구선수들에게 헤어스타일은 매우 중요하다. 기성용 지동원 등 해외파 선수들도 귀국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헤어숍이다. 경기 후 휴식시간 가장 즐겨찾는 곳 역시 헤어숍이다. 헤어스타일 변화로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전환도 한다. 성남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홍 철 역시 금발 염색 등 헤어스타일 변화를 즐겨왔다. 그랬던 그가 전남 원정전을 하루 앞둔 10일 삭발을 감행했다. 머리를 밀고 나타난 홍 철을 보고 동료들도, 구단 직원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삭발의 첫 이유는 트위터 논란에 대한 자성이다. 홍 철은 10일 구단 게시판에 팬들을 향한 사과문을 올렸다. 홍 철은 지난 3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센트럴코스트 원정에서 1대1로 비긴 직후 트위터를 통해 "승리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졌다고 축구 전문가인 듯 비난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누구보다 아쉽고 힘든 사람은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라는 글을 올렸다. '축구 전문가인 듯 비난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에 격분한 성남 서포터스가 '반말'로 홍 철을 비난했고, 이후 선수와 팬은 '한밤' 트위터 설전을 벌였다. 시즌 초반 '신공' 성남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홍 철의 글은 일파만파 퍼져나가며 일이 커졌다. 이후 해당 서포터스와는 쿨하게 오해를 풀었지만, 한번 터졌다 하면 빛의 속도로 퍼날라지는 온라인 이슈의 특성상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홍 철은 10일 오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팬들 앞에 고개 숙였다. '전 항상 성남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성남에서 지금까지 12년째 있는데 한순간에 성남팬들에게 역적이 되었고 한순간에 팬들이 증오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정말 자부심이 강했고 성남만 생각했기에 한순간에 모든 걸 잃어버려 힘이 들고 가슴이 무겁습니다'라고 썼다. 성남 유스인 풍생중고 출신으로 성남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한 홍 철로서는 '한식구'같은 성남 팬들의 비난이 그 무엇보다 가슴 아팠을 터다. '모든 원인은 저 때문에 시작된 일이니 많이 반성하겠습니다. 이번 계기를 삼아 더 발전되고 더 성장한 홍 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삭발의 두번째 이유는 심기일전이다. 홍 철은 지난해 말 발뒤꿈치 수술 재활기간이 생갭다 길어지며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동계훈련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해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빠른 발과 날선 왼발킥, 공격력을 갖춘 수비수로 주목받았던 홍 철은 스스로 '슬럼프'라고 할 만큼 힘든 겨울을 보냈다. 3월 신태용 성남 감독의 변함없는 믿음 속에 포백라인을 지켰지만 훈련 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등 아직 완벽하게 몸이 올라오지 않았다. 센터백 사샤마저 부상으로 빠진 성남 수비진은 시즌 초반 6경기에서 11골을 허용했다. 팀이 1승1무4패, 리그 15위의 부진에 빠지며 속이 상했다. 속상해서 올린 트위터 멘션은 '독'이 됐다. 아끼던 팬들과의 예기치 못한 설전까지 오가며 마음을 다쳤다. '삭발'을 단행했다. 마음을 다잡았다. 홍 철은 자타공인 성남의 분위기 메이커다. 홍 철의 절실함은 성남 선수단 전체에 강한 결속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11일 전남전에서 지난해 '이영표의 후계자'로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전남의 레프트' 윤석영(22)과도 올 시즌 처음 맞대결을 펼친다. 중학교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두 선수는 서로를 응원하는 절친이자, 포지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와 공격적인 성향, 저돌적인 투지, 모든 면에서 막상막하다. 홍명보 감독의 올림픽대표팀 엔트리 경쟁을 생각할 때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승부다.

삭발한 홍 철이 위기의 성남을 구할 수 있을까. K-리그 7라운드 전남-성남전은 11일 오후 3시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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