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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키즈' 홍 철(22·성남 일화)이 삭발 투혼을 보여줄까.
홍 철은 10일 오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을 통해 팬들 앞에 고개 숙였다. '전 항상 성남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성남에서 지금까지 12년째 있는데 한순간에 성남팬들에게 역적이 되었고 한순간에 팬들이 증오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정말 자부심이 강했고 성남만 생각했기에 한순간에 모든 걸 잃어버려 힘이 들고 가슴이 무겁습니다'라고 썼다. 성남 유스인 풍생중고 출신으로 성남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한 홍 철로서는 '한식구'같은 성남 팬들의 비난이 그 무엇보다 가슴 아팠을 터다. '모든 원인은 저 때문에 시작된 일이니 많이 반성하겠습니다. 이번 계기를 삼아 더 발전되고 더 성장한 홍 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삭발의 두번째 이유는 심기일전이다. 홍 철은 지난해 말 발뒤꿈치 수술 재활기간이 생갭다 길어지며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동계훈련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해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빠른 발과 날선 왼발킥, 공격력을 갖춘 수비수로 주목받았던 홍 철은 스스로 '슬럼프'라고 할 만큼 힘든 겨울을 보냈다. 3월 신태용 성남 감독의 변함없는 믿음 속에 포백라인을 지켰지만 훈련 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등 아직 완벽하게 몸이 올라오지 않았다. 센터백 사샤마저 부상으로 빠진 성남 수비진은 시즌 초반 6경기에서 11골을 허용했다. 팀이 1승1무4패, 리그 15위의 부진에 빠지며 속이 상했다. 속상해서 올린 트위터 멘션은 '독'이 됐다. 아끼던 팬들과의 예기치 못한 설전까지 오가며 마음을 다쳤다. '삭발'을 단행했다. 마음을 다잡았다. 홍 철은 자타공인 성남의 분위기 메이커다. 홍 철의 절실함은 성남 선수단 전체에 강한 결속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삭발한 홍 철이 위기의 성남을 구할 수 있을까. K-리그 7라운드 전남-성남전은 11일 오후 3시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