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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맨시티, 차이를 만든 것은 '승리의 DNA'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4-09 09:20


퍼거슨 맨유 감독 스포츠조선DB

스포츠에 왕조라는 말이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양키스 왕조, 한국프로야구에는 해태 왕조, 미국프로농구에는 불스 왕조가 있었다. 뉴욕양키스는 무려 2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고, 해태 타이거즈는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마이클 조던을 앞세운 시카고 불스도 6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들이 수많은 경쟁자를 물러치고 정상을 유지한 것은 스타의 힘도 아니고, 돈의 힘도 아니다. 중요한 순간 반드시 승리를 챙길 수 있는 능력이다. 맨유와 맨시티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의 주인공이 사실상 결정됐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맨유다. 맨유는 8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EPL 32라운드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의 경기에서 2대0 승리를 거두며 승점 79(25승4무3패)을 획득했다. 반면 맨시티는 9일 영국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스널과의 32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42분 미켈 아르테타에게 통한의 골을 허용하며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맨시티는 이날 패배로 승점 71(22승5무5패)에 머무르며 맨유와의 승점차가 8까지 벌어졌다. 5월 1일 양 팀의 맞대결이 남아있지만, 시즌 막판 승점 8 차이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분위기도 그렇다. 맨유는 최근 8연승을 포함, 12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반면 맨시티는 2무1패의 부진에 빠졌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했다. 맨유는 올시즌 다시 한번 명가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 몸속 깊숙히 자리잡은 '이기는 법'이 중요한 순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맨유는 20년 동안 절반 이상을 챔피언으로 살아왔다. 필 존스, 애슐리 영, 다비드 데헤아 등 우승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도 맨유 유니폼을 입는 순간 '승리의 DNA'를 새기게 된다. 맨유는 시즌 내내 압도적인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어쨌든 승점 3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부상자가 많았을때도, 체력저하가 찾아왔을때도 맨유는 잡을 경기는 잡았다. 장기레이스에서 우승하려면 어떻게 승점 관리를 하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맨시티는 정작 중요할때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3일 맨유를 6대1로 꺾었을때만 해도 맨시티 시대가 찾아올 것처럼 보였다. 세르히오 아구에로, 다비드 실바, 사미어 나스리, 야야 투레, 마리오 발로텔리 등 스타선수들이 즐비한 맨시티의 공격축구는 올시즌 EPL을 강타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이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차출되고, 부상 선수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맨시티의 강력함에 균열이 찾아왔다. '문제아' 발로텔리, 카를로스 테베스 사태로 선수단 분위기까지 흔들리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홈 연승 행진을 19에서 마감하는 등 이기는 법을 까먹기 시작했다.

경기 내용이 좋다고 승점을 더 챙겨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승리다. 좋은 전력이 항상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승리에 대한 의지와 승리한 경험이 차이를 가르는 경우가 더 많다.'위대한 승리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있는 한 맨시티는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차이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맨유에는 경험이 만들어낸 '승리의 DNA'가 있고, 맨시티에는 없다. 그리고 '승리의 DNA'는 돈으로 살 수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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