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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WK-리그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26일 충북 보은군 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고양대교-현대제철전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한다. 8개 실업팀이 참가하는 WK-리그는 개막전을 시작으로 10월 29일까지 연중 풀리그로 84경기를 치른다. 지난해 대교에 패권을 넘겨줬던 나머지 7개 팀들은 겨우내 칼을 갈며 대권 잡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중 유독 주목을 받는 한 팀이 있다. 중위권 전력 정도로 평가를 받던 서울시청이다. 최근 열린 W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모든 팀 감독들이 서울시청을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과연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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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박은선은 명불허전의 기량으로 관계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남자 선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스피드와 위치선정, 점프력, 넓은 시야와 슈팅 능력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았다. 후반 중반 센터서클 부근에서 나온 프리킥 기회에서 서 감독은 재미있는 지시를 내렸다. "(박)은선이한테 줘. 마음놓고 해보라고 해." 박은선은 그자리에서 주저않고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낮게 깔린 볼은 골 포스트 오른쪽 부른에서 살짝 튀면서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은선의 위력을 확인하기는 충분한 장면이었다.
서 감독은 "지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또 (박은선이) 기분이 붕 뜰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박은선은 담담했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중요하잖아요. 이제 제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습니다." 박은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여자 축구계와 WK-리그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소연(고베 아이낙)과 여민지(함안대산고) 등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한 후배들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톱 클래스의 기량을 갖춘 박은선이지만 또 엇나갈 경우 잊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박은선은 "지금은 1년 동안 팀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년 간 활약을 통한 결과로 평가를 받고 싶어요"라고 다짐했다. 마음을 다잡고 돌아온 박은선이 WK-리그 전체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