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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남과 상주의 K-리그 3라운드가 열린 창원축구센터. 1-1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후반 11분, 상주의 추가골을 넣은 중앙 수비수 김형일(28)은 엄지를 입에 물었다. 3대2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추가골이었지만 승리보다 더한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다. 17일은 '김형일 2세'가 세상의 빛을 본지 50일 되는 날이었다. 아들을 위한 골 세리머니였다. 물론 본부석 앞에서 거수경레로 '충성'을 외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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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7일 딸 소유를 얻은 최효진은 김형일의 또 다른 멘토다. 용품 담당이다. 최효진은 "나도 초보 아빠라 베테랑인 종민이에게 자주 물어본다. 그래도 형일이보다는 경험이 많다. 그래서 집 온도 조절과 가습기 등 어떤 제품을 쓰는지 가르쳐 주곤 한다. 마치 우리 셋이 모이면 대화하는게 아줌마 같다"며 웃었다. 이종민-최효진과 동갑내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김치우, 김치곤이 "우리는 언제 결혼해서 애 낳고 그러냐"면서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김형일은 자식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내 어릴적 모습과 똑아서 신기하다. 나도 52cm로 태어났는데 키도 나랑 똑같다."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는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축구할때는 자식 얘기를 안하고 축구 얘기만 한다. 바깥에서 잘해야 안이 편한 법이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그들을 뛰게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형일은 "종민이형과 효진이형이 휴가 때마다 애기들이 더 예뻐지고 더 큰다고 하더라. 빨리 휴가를 얻어 집에 가고 싶다." 경남전 승리로 얻은 2박3일의 휴가, '군인 아빠'들에게 꿀보다 더 달콤한 나날이었다. 김형일의 '군인 아빠로 살아가는 법' 학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