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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27·아스널)이 병역을 최대 10년까지 연기했다. 지난해 8월초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 장기체류 자격을 얻은 그는 곧이어 병무청에 국외이주 사유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원을 제출했다. 박주영은 8월 29일 연장 허가를 받았다.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 병역 의무를 미뤘다. 37세까지 입대를 미룰 수 있다. '꼼수' 논란으로 여전히 시끄럽지만 이제 초점은 2012년 런던올림픽 와일드카드 발탁 여부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병역 연기가 런던행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과연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박주영을 발탁할까, 아니면 그를 외면할까. 와일드카드 전쟁이 새국면을 맞이했다.
박주영 카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홍 감독과 박주영은 2년전 금메달의 꿈을 함께 품은 기억이있다. 홍 감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했다. 금메달을 따내는데는 실패했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공유했다. 이란과의 3~4위전에서 극적인 승리(4대3 승)을 따낸 뒤 홍 감독과 박주영은 뜨거운 포옹을 했다.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후배들이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깨우쳐 줬다. 축구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박주영이 대회를 마친 뒤 밝힌 소감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씻을 무대가 런던올림픽이었다. 홍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박주영은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찬스였다. 동기 부여가 확실했다.
새 판이 짜여졌다. 군미필자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병역 혜택. 박주영이 소속팀의 반대를 무릅쓰고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젠 병역 연기 혜택을 받게 된 박주영에게 올림픽 출전 동기가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주영이 올림픽 와일드카드에 선뜻 응할지가 불확실하다. 아스널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올림픽 출전을 부담스러운 일로 느끼게 할 만 하다.
18일 박주영 측은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와일드카드를 회피한다는 것은 와전된 내용이다. 다만 홍명보 감독님이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주영이가 먼저 와일드카드를 운운하는 것에 조심스러워 하고 있을 뿐이다." 박주영의 병역 연기 소식을 접한 홍 감독도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박주영'보다는 '와일드카드' 사용 여부를 더 고민하고 있었다. "박주영을 뽑을지 말지 고민하기에 앞서 우리팀에 와일드카드가 필요한지 결정하는게 먼저다. 그 이후에 와일드카드로 누가 필요할지 생각해야 한다." 박주영의 병역 연기가 와일드카드 구성에 변수가 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병역 연기 문제는 개인사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최종결정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홍 감독이 와일드카드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박주영의 발탁 여부는 4월 이후 결정될 것 같다. 홍 감독이 4월 24일 영국 웸블리에서 있을 런던올림픽 조추첨에 참석할 예정인데 박주영과의 '영국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박주영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홍 감독은 "올림픽 출전 의지가 있는지 여부는 주영이의 의견을 들어보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와일드카드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