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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호골' 구자철, '임대의 전설'을 써내려 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3-18 10:38


사진캡처=아우크스부르크 홈페이지

위르겐 클린스만은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전설과 같은 존재다.

토트넘은 1997~1998시즌 강등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아스널, 첼시에 밀려 있었지만, 공격축구로 그들만의 자부심이 컸던 토트넘팬들의 걱정은 늘어만 갔다. 그들은 1994~1995시즌 29골을 터뜨린 '영웅' 클린스만에게 'S.O.S'신호를 보냈다. 삼프도리아로부터 임대 형식으로 돌아온 클린스만은 15경기에서 9골을 잡아내며 팀을 잔류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클린스만은 이 후 다시 토트넘 유니폼을 입지 않았지만, 여전히 기억되는 이름이다.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에게 구자철은 토트넘 팬에게 클린스만만큼의 특별한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대생' 구자철의 활약속에 아우크스부르크의 잔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올시즌 팀창단 105년만에 처음으로 분데스리가에 입성했다. 호기롭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분데스리가의 벽은 녹록치 않았다. 전반기 내내 강등권에 머물렀다. 후반기 아우크스부르크는 잔류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 중심에 볼프스부르크에서 임대 영입한 구자철이 있다.

구자철은 롱볼 위주의 단조로운 경기를 펼치던 아우크스부르크에 아기자기한 축구를 가져왔다. 루후카이 감독은 구자철에게 실질적인 '프리롤'을 맡기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팀공격을 이끄는 구자철은 때로는 해결사로 나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전폭적인 신뢰속에 골감각도 회복하기 시작했다.

구자철은 17일(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SGL 아레나에서 열린 2011~20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와의 26라운드 경기에서 해결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달 18일 레버쿠젠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린지 한달만에 시즌 2호골을 성공시켰다. 경기조율에 전념하며 공격가담을 자제한 구자철은 0-1로 끌려다니던 전반 43분 단 한번의 찬스에서 동점골을 만들었다. 외를이 내준 볼을 살짝 띄운 뒤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마인츠 골문 왼쪽 상단을 갈랐다. 베르클로 마인츠 골키퍼가 손도 쓰지 못할 정도로 기가 막힌 슈팅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의 한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기세가 살아난 아우크스부르크는 후반 6분 랑캄프가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귀중한 승점 3을 얻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 합류 후 가진 8경기에서 2승5무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승리로 5승11무10패(승점 26)를 기록하며 강등권에서 한발 더 달아났다.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은 후반 37분 교체돼 나가는 구자철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구자철은 그렇게 '임대의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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