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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희 "방울뱀을 비빔밥에 비벼 먹으려고 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3-18 20:04


최만희 광주 감독. 스포츠조선DB

"방울뱀을 비빔밥에 비벼 먹으려고 했다."

최만희 광주 감독은 이제서야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다.

광주는 창단한지 2년 밖에 되지 않는 팀이었다. 지난시즌이 끝난 뒤 광주는 빈약한 재정때문에 주전 수비수 두명을 제주에 빼앗겨야만 했다. 제주는 광주에서 제시한 두배의 연봉을 선수들에게 제시했다. 두 선수와 연봉 협상에 난항을 겪었던 광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두 선수는 최 감독과 2012년을 약속했다. 함께 1년간 더 같이 뛰기로 했다. 그러나 돈 앞에 장사없었다. 최 감독은 땅을 쳤다.

그래서 최 감독은 악을 품었다. 반드시 제주는 꺾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18일 의지가 현실이 됐다. 광주는 제주를 홈으로 불러들여 3대2, 짜릿한 한점차 승리를 거뒀다. 1-2로 뒤진 후반 42분 쇼타임이 펼쳐졌다. 후반 42분 자신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주앙파울로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후반 추가시간 주앙파울로의 패스를 받은 슈바가 역전골을 터뜨렸다.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의 말 속에는 뼈가 있었다.

"방울뱀을 비빔밥에 비벼 먹으려 했다. 광주는 창단에서 돈도 없고 아무도 없는데 그렇게 필요한 선수를 데려가면 어떻하는가. 내가 이 팀을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이어 최 감독은 "1-2로 뒤졌을 때 공격적인 전술을 폈다. 반드시 이겨야 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제주가 선수들을 데려가서 아픔이 있었다. 그 선수들과 지난해 1년 내내 갈고 닦아서 올해 팀을 만들려고 했다. 그것이 페어플레이 정신과 한국 축구를 위한 길이 아닌가. 지난해에는 다른 팀에서 이승기도 요구했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최 감독이 숨거둔 비장의 무기는 '공격 앞으로'였다. 최 감독은 "골을 먹게 될 경우 수비수를 줄이고 공격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승기가 다쳐서 난감했다. 그러나 김동섭과 복이의 풀타임이 주효했고. 주앙파울로 카드는 일찍 넣었지만 잘 먹혀들었다. 다음에는 비빔밥에 더 매운 태양초 고추장을 넣어 공격을 해볼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후반 중반 허재원과 김은선이 충돌하면서 광주 젊은 피들의 응집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페어플레이를 하도록 주문한다. 경기를 준비하는 응집력과 마음적으로 강한 맛이 있어야 한다. 단지 동기유발이 된다. 우리팀 선수들이 젊어서 감정기복이 심하다. 그러나 일단 박병주가 주앙파울로를 걸어줘서 페널티킥을 내줬다. 허재원이 심기를 건드려서 일거양득이 됐다"고 평가했다.

결승골을 넣은 슈바와 아픔을 공감한 최 감독이었다. 그는 "슈바도 마음이 아프다. 여기에 돌아왔다. 나는 축구계에 30년 동안 있으면서 아픔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안다. 슈바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이곳에서 마무리를 잘 하겠다.' 그래서 니마음과 내 마음이 똑같다고 했다. 포항전에서도 출전하고 싶어서 나와 눈을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한마디로 서로간의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최 감독은 매경기가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그는 "한경기 한경기가 결승이다. 8위까지 들어가면 좋은 이벤트를 만들어볼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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