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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호벨치까지 터져준다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3-16 11:56 | 최종수정 2012-03-16 12:50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제주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 개막 후 인천(3대1 승)과 부산(1대1 무)을 상대로 날카로운 공격력을 선보이며 올시즌 순위 싸움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박경훈 감독은 올시즌 '높은 볼점유율, 빠른 역습, 정확한 골결정력'을 모토로 하는 '방울뱀 축구'를 천명했다. 날카로운 패싱력과 수준급 개인기를 지닌 송진형-권순형 중앙 미드필더 듀오가 빠르게 자리잡으며 '높은 볼점유율'이 가능해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축구에만 전념하는 자일과 박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들소' 배일환이 좌우 측면을 흔들며 '빠른 역습'도 합격점을 받았다. 남은 문제는 '정확한 골결정력'이다. 이를 위해 호벨치의 득점력이 살아나야 한다.

지난시즌 산토스의 결정력에 의존했던 제주는 김은중을 떠나보내고 호벨치를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제주가 꺼낸 회심의 카드다. 호벨치는 2003~2004년 러시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2005~2006년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 2006~2007년에는 스페인 레알 베티스에서 활약한 바 있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특히 베티스 시절에는 47경기 출전-16골이라는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PSV에서는 박지성 이영표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호벨치는 기대와 달리 K-리그 데뷔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B4(제주 공격수 4총사인 산토스 자일 호벨치 배일환을 일컫는 말)'중 골맛을 보지 못한 것은 호벨치 뿐이다. 11일 부산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신고하나 했더니 김창수의 자책골로 인정됐다. 호벨치는 여러차례 찬스를 잡았지만, 번번히 무산시키며 부산전 무승부의 주범이 됐다. 3월 한달 동안 3승1무를 노리는 제주에게는 뼈아픈 무승부였다. 그러나 박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나머지 공격수들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잘 만들어줬다"며 칭찬했다. 컨디션을 더 올린다면 골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박 감독이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데는 호벨치의 성품 때문이다. 빅리그를 거친 선수라 스타의식이 있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탈하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자신보다 경력은 떨어지지만 먼저 제주에 자리잡은 산토스의 실력을 인정하고 K-리그에 대해 배우려 하는 자세가 돋보인다고 했다. 박 감독은 나머지 동료들과도 잘 지내는 호벨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허리도, 수비도 골격을 갖춰가는 제주가 올시즌 2010년 돌풍을 재연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퍼즐은 호벨치의 한방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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