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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감독과 '위탄' 구자명의 특별한 인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3-06 10:03


◇김상호 강원FC 감독은 청소년대표팀(17세 이하) 수석코치 시절 구자명과 인연을 맺었다. 구자명이 현역 시절이던 2007년 3월 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 청소년 친선축구에 출전해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는 모습. 서귀포=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

"가서 선수들한테 TV보고 (구)자명이한테 투표하라고 해."

지난 2월 제주도 동계 전지훈련. 저녁식사를 마친 김상호 강원FC 감독은 선수단에 '특별한 지시'를 내렸다.

매주 금요일마다 방송되는 스타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탄생2'에 참가 중인 구자명(22)을 투표대상으로 지목했다. 구자명은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한때 유망주 소리를 들었으나,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축구 선수의 꿈을 접고 가수의 길에 도전하고 있다.

김 감독과 구자명의 인연은 특별하다. 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 시절 구자명을 처음 만났다. 재능에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구자명은 막 떠오르기 시작한 유망주로 관심을 받던 터였다. 김 감독이 2007년 청소년대표팀(17세 이하) 수석코치로 부임한 뒤 구자명과의 만남은 다시 이뤄졌다. 김 감독은 구자명을 직접 가르치면서 그해 국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 출전의 꿈을 함께 키워갔다. 하지만 구자명은 대회 개최 직전 허리를 다치면서 눈물을 흘리며 대표팀을 떠났다. 김 감독은 "열정 넘치고 성실하게 볼을 차던 선수였는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청소년월드컵 뒤 전남 드래곤즈와 강원FC 수석코치를 거쳐 강원 감독에 취임한 김 감독은 어느 날 TV를 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가르쳤던 구자명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김 감독은 매주 방송에 출연하는 구자명을 마음 속으로 응원했다. 전화투표 참가는 당연한 일이었다. 지인들에게도 구자명의 사연을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결과 구자명은 어려운 오디션 과정을 뚫고 상위 라운드에 진출해 가수의 꿈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김 감독은 "(구)자명이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니 가수를 해도 잘 할 것"이라면서 제자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오랜 기간 다른 길을 걸었던 사제는 강릉에서 해후한다. 강원이 1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갖는 대구와의 2012년 K-리그 2라운드에 구자명을 홈 개막전의 축하공연자로 초대한 것이다. 지난해 K-리그 꼴찌의 아픔을 걷어내고 도약을 바라보고 있는 강원과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구자명은 제법 닮은 꼴이다. 구자명의 응원 속에 강원은 대구전 승리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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