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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선수들한테 TV보고 (구)자명이한테 투표하라고 해."
김 감독과 구자명의 인연은 특별하다. 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 시절 구자명을 처음 만났다. 재능에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구자명은 막 떠오르기 시작한 유망주로 관심을 받던 터였다. 김 감독이 2007년 청소년대표팀(17세 이하) 수석코치로 부임한 뒤 구자명과의 만남은 다시 이뤄졌다. 김 감독은 구자명을 직접 가르치면서 그해 국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 출전의 꿈을 함께 키워갔다. 하지만 구자명은 대회 개최 직전 허리를 다치면서 눈물을 흘리며 대표팀을 떠났다. 김 감독은 "열정 넘치고 성실하게 볼을 차던 선수였는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청소년월드컵 뒤 전남 드래곤즈와 강원FC 수석코치를 거쳐 강원 감독에 취임한 김 감독은 어느 날 TV를 보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가르쳤던 구자명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로 김 감독은 매주 방송에 출연하는 구자명을 마음 속으로 응원했다. 전화투표 참가는 당연한 일이었다. 지인들에게도 구자명의 사연을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결과 구자명은 어려운 오디션 과정을 뚫고 상위 라운드에 진출해 가수의 꿈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 김 감독은 "(구)자명이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니 가수를 해도 잘 할 것"이라면서 제자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오랜 기간 다른 길을 걸었던 사제는 강릉에서 해후한다. 강원이 10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갖는 대구와의 2012년 K-리그 2라운드에 구자명을 홈 개막전의 축하공연자로 초대한 것이다. 지난해 K-리그 꼴찌의 아픔을 걷어내고 도약을 바라보고 있는 강원과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구자명은 제법 닮은 꼴이다. 구자명의 응원 속에 강원은 대구전 승리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