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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에게 태극마크와 월드컵은 애증의 대상이다.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 나흘 전인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던 이동국의 발은 무거웠다. 투톱 파트너 박주영(아스널)과는 엇박자를 냈고 슈팅은 한 박자 늦기 일쑤였다. 기회가 무위로 돌아갈 때마다 이동국은 허공을 쳐다봤고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이동국은 스승의 믿음에 보답을 했다. 한 순간만큼은 침착하게 킬러 본능을 뽐냈다. 후반 20분 터진 이동국의 골로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이근호(울산)의 추가골까지 보태 쿠웨이트를 2대0으로 완파하고 최종예선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이동국은 득점 성공 뒤 두 팔을 벌려 손가락을 하늘 위로 치켜 세우는 골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동안 자신을 믿어준 최 감독, 팬들과 함께 생애 마지막 월드컵이 될 지도 모르는 브라질월드컵에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