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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단체 전락 축구협회, K-리그에 악재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1-31 13:48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지난해 전대미문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K-리그가 다시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비록 당초 계획에서 후퇴했지만 K-리그는 올 해 16개 팀 중 2개 클럽을 2부 리그로 내려보내는 승강제의 틀을 만들었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12년 시즌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내부 문제가 아니라, K-리그의 상위 단체인 대한축구협회가 문제다. 축구협회는 절도와 횡령을 저지른 회계 담당 직원을 사직 처리하면서 1억5000만원의 위로급을 지급해 의혹을 키웠고, 대한체육회로부터 특정감사를 받고 있다. 한국축구의 본산 축구협회가 체육회 산하 문제단체로 전락한 가운데, 축구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조중연 회장(66)을 중심으로 한 수뇌부가 지난해 말 절차를 밟지 않고 독단적으로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진 조 회장과 축구협회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덩달아 K-리그를 포함한 한국축구계 전체가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하며, 문제투성이 집단인 것처럼 인식돼 버렸다. 축구협회와 협의가 필요한 승강제 문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3월 4일로 다가온 개막전에 앞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축구협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1월 초 열린 신년 간담회에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한국축구의 최일선이라고 할 수 있는 K-리그 구단들은 축구협회 얘기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가 높아 진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권위만 앞세워 군림하려고 했던 축구협회가 K-리그를 위해 도와준 게 뭐가 있나. A매치나 대표팀 스폰서에만 신경쓰면서 K-리그는 늘 아래로 내려다 봤다. 분위기를 일신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데 재를 뿌리고 있다. 조 회장을 비롯한 축구협회가 그동안 너무 안일했다. 이 기회에 인적쇄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성토했다.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 축구인들조차 축구협회와 조 회장에 등을 돌린 것 같다.

지난해 승부조작이 터져 K-리그가 궁지에 몰렸을 때도 조 회장 등 축구협회 수뇌부는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도권의 다른 구단 관계자는 "축구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팬들의 시선이 두렵다.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서 문제가 터져 걱정스럽다"고 했다. 지방 구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축구협회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축구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 축구협회 때문에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반인 대다수가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을 같은 단체로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본단다. 더구나 프로연맹은 시즌 개막에 앞서 스폰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TV 중계권료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축구협회로 인해 축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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