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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이 드디어 입을 연다.
조 회장은 일련의 비상식적인 축구협회 행보에 묵묵부답이었다. 지난달 초 조광래 전 A대표팀 감독을 밀실야합으로 경질한 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조 회장은 경질 발표 자리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마지막에 꼬리를 감췄다. 시간이 흐른 후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송년메시지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교체하면서 감독의 상처를 감싸주지 못해 송구스럽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빚을 지게 됐다.' 은근슬쩍 역사속으로 사라지길 바랐다.
사건은 꼬리를 물었다. 비리 직원을 비호한 사실이 세상에 나왔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도덕적 해이에 축구협회 근간이 흔들렸다. 한국 축구 수장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체육회 사상 직원 비리 문제로 산하 가맹단체의 감사를 벌인 것은 처음인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행정 총실무자인 김진국 전무가 사퇴했을 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 회장 입에서 나온 반응의 전부였다. 리더의 첫 번째 덕목은 책임이다. 현재 민심은 분노를 넘어 폭발 직전이다.
내년 선거에 대한 입장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축구계는 선거의 해다. 연말 시도협회장과 산하 연맹 회장 선거에 이어 내년 1월 협회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조 회장은 재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악재에 설 자리를 잃었다.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 축구는 올해도 쉼표가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행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조 회장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