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환은 31일 은퇴기자회견장에서 펑펑 울었다. 1분 정도 아무말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 꺼내든 소감 용지를 보면서 또 울었다. 안정환의 내뱉은 첫 마디는 "그렇게나 울지 않으려 했는데 죄송합니다. 사실 소감을 몇 자 적어왔는데요. 글이 눈에 안 들어오네요"라며 또다시 손수건을 부여잡았다.
안정환은 이날 오전만 해도 에이전트인 정재훈 모로스포츠 대표에게 "울긴 왜 울어. 얼마나 뜻깊은 자리인데. 난 안 울꺼야"라며 당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운명의 5분.
이날 안정환의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리츠칼튼 호텔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모였고, 회견 시작 1시간 전에 취재진 자리를 꽉 찼다. 수십명이 바닥에 앉거나 뒤에 서서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TV카메라도 10여대나 보였다. 일본 TBS에서도 취재진이 나왔다. 안정환은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기자회견보다 5분 먼저 회견장에 도착했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를 한몸에 받으며 안정환이 앉았다. 사회를 본 정재훈 대표가 안정환이 앉아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일부 방송 취재진이 당황했다. "예정대로 10시30분에 해주세요"라는 요청이 곧바로 터져 나왔다. 정 대표는 "아 네, 정확하게 10시 30분에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날 은퇴기자회견은 케이블 TV방송을 통해 생중계되기로 예정된 상태였다.
"그때 일들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후부터는 주체할 수 없었다. 한번 터진 눈물은 자리에 함께한 팬클럽 회원들의 눈시울을 적셨고, 취재진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날 안정환의 14년 프로생활 마지막을 장식한 뜨거운 눈물은 몇 시간 뒤 서울 하늘을 수놓은 흰 눈만큼이나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