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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 캄프에서 열리는 스페인 국왕컵 8강 2차전을 앞둔 기자회견. 언제나 당당하고 쿨한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대답은 짜증과 퉁명이 섞여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부임 후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의 벽을 넘지 못했음에도 선수단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 마르카는 지난주 스페인 출신 선수들이 포르투갈 선수들을 중용하는 무리뉴 감독의 기용 방식의 불만을 품고 있다며 팀내 불화설을 전했다.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와 언쟁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히오 라모스를 비롯 구단 관계자들이 빠르게 진화에 나섰지만, 선수단 장악면에서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불리던 무리뉴 감독 하에서 이러한 기사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리오넬 메시의 손을 밟은 페페의 무매너 행동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역시 바르셀로나전 승리다. 무리뉴 감독은 리그 우승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지만, 팬들과 운영진의 생각은 다르다. 운영진이 레알 마드리드의 귀족적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무리뉴 감독을 감싸며 전권을 준 것은 온전히 바르셀로나를 꺾기 위함이다. 만약 이번에도 또 다시 바르셀로나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한다면 프리메라 리가 우승을 차지하고도 경질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벌써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차기 감독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단답과 반문으로 일관한 무리뉴 감독의 신경질적인 기자회견은 그를 둘러싼 이같은 부정적 분위기와 연결된다. 무리뉴 감독은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얘기를 믿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올시즌 벌써 5번째 펼쳐지는 엘 클라시코. 지겹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26일 펼쳐지는 이번 엘 클라시코는 무리뉴 감독의 거취와 맞물려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