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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엘클라시코, 무리뉴의 거취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1-25 11:21


무리뉴 감독. 스포츠조선DB.

25일(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 캄프에서 열리는 스페인 국왕컵 8강 2차전을 앞둔 기자회견. 언제나 당당하고 쿨한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대답은 짜증과 퉁명이 섞여 있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를 떠날 것이냐', '레알 마드리드에서 행복한가', '바르셀로나전에 어떤 대비를 했는가' 등 기자들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그답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유일하게 '무리뉴스러운' 대답을 내놓았다. "아마도 바르셀로나보다 더 많은 승점을 얻는 것만이 가능할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스페인 국왕컵에서 디비전B팀에게 탈락했던 때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탈락한다면, 우리의 상대는 스페인과 유럽의 챔피언이다. 우리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스페인 언론은 이마저 변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이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팬들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무리뉴 감독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다. 친 마드리드 성향의 일간지 마르카와 AS마저 무리뉴 감독을 압박하고 있다. 마르카는 25일 인터밀란 시절부터 무리뉴 감독과 인연을 맺은 루이스 수아레스가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날 것 같다. 방법은 모르지만 예감이 든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실었다. AS도 같은날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었던 파비오 카펠로 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리뉴는 다방면으로 엘 클라시코 공략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그 어떤 성과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부임 후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의 벽을 넘지 못했음에도 선수단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 마르카는 지난주 스페인 출신 선수들이 포르투갈 선수들을 중용하는 무리뉴 감독의 기용 방식의 불만을 품고 있다며 팀내 불화설을 전했다.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와 언쟁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히오 라모스를 비롯 구단 관계자들이 빠르게 진화에 나섰지만, 선수단 장악면에서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불리던 무리뉴 감독 하에서 이러한 기사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리오넬 메시의 손을 밟은 페페의 무매너 행동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역시 바르셀로나전 승리다. 무리뉴 감독은 리그 우승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지만, 팬들과 운영진의 생각은 다르다. 운영진이 레알 마드리드의 귀족적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무리뉴 감독을 감싸며 전권을 준 것은 온전히 바르셀로나를 꺾기 위함이다. 만약 이번에도 또 다시 바르셀로나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한다면 프리메라 리가 우승을 차지하고도 경질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스페인 현지 언론들은 벌써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차기 감독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단답과 반문으로 일관한 무리뉴 감독의 신경질적인 기자회견은 그를 둘러싼 이같은 부정적 분위기와 연결된다. 무리뉴 감독은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얘기를 믿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무리뉴 감독이 낼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 무리뉴 감독은 올시즌 열린 4번의 엘 클라시코에서 공격적인 4-2-3-1과 트리보테(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한 4-3-3 등 다양한 전술적 카드를 꺼냈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징계 등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무리뉴 감독의 카드는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술적 유연함에서 무리뉴 감독에 뒤진다던 호셉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의 전술 대응이 더 돋보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국왕컵 4강 진출을 위해 2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미션이다. 올시즌 바르셀로나는 홈에서 펼쳐진 18경기에서 단 6골을 실점했을 뿐이다. 무리뉴 감독으로서는 공격적인 카드도, 수비적인 카드도 쉽게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올시즌 벌써 5번째 펼쳐지는 엘 클라시코. 지겹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26일 펼쳐지는 이번 엘 클라시코는 무리뉴 감독의 거취와 맞물려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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