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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승강제 '2+2' 후퇴 왜?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1-16 18:16



한국 프로축구는 결국 후퇴를 선택했다.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와 총회는 무늬에 불과했다. 6개 시도민구단(강원, 경남, 광주, 대전, 대구, 인천)의 갱대로 K-리그 전체 구도가 그려졌다. 축소된 이사회는 거수기에 불과했다. 총회에서 수도권 구단의 한 단장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대부분의 기업 구단들이 설득을 당한 뒤였다.

K-리그가 2013년부터 적용되는 승강제 방안을 '14+2 방식(14팀 1부리그 잔류·2개 팀 강등)'으로 통과시켰다. 2014년 두 팀을 더 강등시켜 1부 리그를 12개팀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른바 '2+2'다.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은 "시도민구단의 어려움을 기업 구단이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겉과 속은 달랐다. 이미 예정된 행보였다. 안 총장은 최근 시도민구단 대표들을 만나 '2+2' 방안에 합의했다. 정몽규 연맹 총재에게 보고한 후 기업구단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회의 전 이미 조정이 끝난 상태였다.

시도민구단을 대표해 이사로 위촉된 2명은 아예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재하 대구 사장은 팀이 동계전지훈련 중인 브라질에 머물고 있다. 전형두 경남 사장은 이사회 직전 사임했다. 안 총장은 "어느 정도 협의는 돼 있었다"고 시인했다. 상식 밖의 행보다. 열띤 토론이 벌어질 것이라는 연맹의 주장은 공수표였다.

연맹은 지난해 초 구단 이기주의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사회를 축소했다. 16개 구단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이사회는 11명(연맹 2명, 구단 5명, 대한축구협회 1명, 사외이사 3명)으로 축소됐다. 신속한 의사 결정구조와 연맹 집행부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진일보한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꼴이 됐다.

총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며 시도민구단의 안에 대해 만장일치를 유도하는 식의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한 단장이 반발했고, 결국 만장일치가 아닌 구렁이 담 넘어가듯 '2+2' 안을 관철시켰다. 반대편에 선 단장은 "호랑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사회를 축소했는데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기업구단이 소수인 시도민구단의 입맛대로 움직이고 있어 하향평준화도 우려되고 있다. 2014년 두 개팀을 더 강등시키겠다고 하지만 2부 리그 운영이 힘들 경우 강등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첫 해에 4팀을 강등시켜 2부 리그를 튼튼히 할 수 있는 기회는 놓치고 말았다.


첫 해에 두 팀을 강등시킨다고 했지만 상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해 또 다른 불씨도 남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군팀을 1부 리그에 둘 수 없다. 상무 문제는 올시즌 후 결정하기로 해 성적이 아닌 외부변수로 강등팀이 결정될 수 있다. 상주의 반발도 예상된다.

안 총장은 "강등제를 안한다는 것이 아니다. 1년간 유보하는 것이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선수를 잃은 시도민 구단들로선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하지만 승부조작 사건은 선수단을 잘못 운용한 구단의 과실이 컸다. K-리그는 여러모로 우울한 나날의 연속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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