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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축구는 결국 후퇴를 선택했다.
겉과 속은 달랐다. 이미 예정된 행보였다. 안 총장은 최근 시도민구단 대표들을 만나 '2+2' 방안에 합의했다. 정몽규 연맹 총재에게 보고한 후 기업구단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회의 전 이미 조정이 끝난 상태였다.
시도민구단을 대표해 이사로 위촉된 2명은 아예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재하 대구 사장은 팀이 동계전지훈련 중인 브라질에 머물고 있다. 전형두 경남 사장은 이사회 직전 사임했다. 안 총장은 "어느 정도 협의는 돼 있었다"고 시인했다. 상식 밖의 행보다. 열띤 토론이 벌어질 것이라는 연맹의 주장은 공수표였다.
총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며 시도민구단의 안에 대해 만장일치를 유도하는 식의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한 단장이 반발했고, 결국 만장일치가 아닌 구렁이 담 넘어가듯 '2+2' 안을 관철시켰다. 반대편에 선 단장은 "호랑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사회를 축소했는데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기업구단이 소수인 시도민구단의 입맛대로 움직이고 있어 하향평준화도 우려되고 있다. 2014년 두 개팀을 더 강등시키겠다고 하지만 2부 리그 운영이 힘들 경우 강등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첫 해에 4팀을 강등시켜 2부 리그를 튼튼히 할 수 있는 기회는 놓치고 말았다.
첫 해에 두 팀을 강등시킨다고 했지만 상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해 또 다른 불씨도 남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군팀을 1부 리그에 둘 수 없다. 상무 문제는 올시즌 후 결정하기로 해 성적이 아닌 외부변수로 강등팀이 결정될 수 있다. 상주의 반발도 예상된다.
안 총장은 "강등제를 안한다는 것이 아니다. 1년간 유보하는 것이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선수를 잃은 시도민 구단들로선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하지만 승부조작 사건은 선수단을 잘못 운용한 구단의 과실이 컸다. K-리그는 여러모로 우울한 나날의 연속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