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동국-이근호 '1박2일' 예능 성적표는?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1-16 15:42


 화면 캡처=KBS

 화면 캡처=KBS

 화면 캡처=KBS

"제가 동국이형을 배려한 거라니까요."

지난 11일 괌 전지훈련 직전 만난 이근호(27·울산 현대)는 "이동국(33·전북 현대)보다 예능감이 떨어지더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싱긋 웃었다. "일부러 말수를 줄였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새해 벽두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이동국과 이근호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격돌했다. 각각 '은지원의 동서' '이수근의 절친' 자격으로 출연했다. 눈밭을 내달리고, 겨울바다에 뛰어들고, 탁구를 치고, '명불허전' 족구대결을 펼쳤다. 한국 축구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이들은 수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서 영광과 상처를 두루 맛봤다. 임진년 새해, 그라운드보다 예능에서 먼저 만난 이들은 친근하고 성실하고 인간적이었다. 솔직담백한 두 공격수에 대한 팬들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이동국-이근호, 그라운드 밖 인간미 빛났다

녹화를 마무리하며 가수 장우혁이 이동국에게 사인을 건넸다. '사실 네 욕 많이 했어. 이제 안할게'라고 썼다. 이동국은 쿨하게 답했다. "저 욕 안한 사람이 없을 걸요"라며 남의 일 얘기하듯 아픔을 툭툭 털어냈다.

이동국은 명실상부 K-리그 최고의 스타다. 올시즌 소속팀 전북에서 16골 15도움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K-리그 최고 영예인 MVP도 꿰찼다. 하지만 A대표팀에선 뜻하지 않은 좌절을 겪었다. '대표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근호 역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스스로 '대표팀 울렁증'이라고 칭했다. 지난해 3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나서 비로소 편안해졌다고 했다. 골로 말하는 공격수의 숙명은 잔혹하다. 골을 넣을 때만 뜨겁게 환호할 뿐, 지거나 부진할 때 주변의 반응은 매몰차다.

예능 프로그램 첫 출연에서 두 스트라이커는 상처를 털어내고 활짝 웃었다. 이동국은 후배 이근호와의 게임 대결 대부분을 졌다. 눈밭 달리기에서 승리했을 뿐 미션 장소에 늦게 도착해 차디찬 경포대 바다에 입수하는 벌칙을 수행했다. 저녁 밥차를 걸고 붙은 탁구대결에서 0대7로 완패했다. 하지만 바닷물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라이언킹'의 자태, 입수 직후 옷을 갈아입으며 무심코 드러낸 명품 복근에 팬들은 환호했다. 이근호 역시 휴게소 간식 미션에선 고구마빵을 꾸역꾸역 밀어넣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5만원어치 산 간식을 다 먹어야만 출발할 수 있는 이 미션에서 궁극의 희생정신을 발휘했다. 중학교 때 취미삼아 익힌 탁구 실력으로 이동국을 제압하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라운드 밖 태극전사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축구팬들이 열광했다.

최강희호에서도 환상의 투톱?

백미는 국가대표 스트라이커가 맞대결을 펼친 족구대결이었다. 5번의 듀스가 이어진 뜨거운 한판 승부였다. 각 포털 검색어 1위를 장악할 만큼 화제가 됐다. 두 선수가 A매치 못지 않게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 인간적이었다. 한치 실수 없는 국가대표다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번외 게임으로 치른 '축구공으로 통나무 맞히기'에선 이동국과 이근호의 투톱 호흡이 빛났다. 이승기, 장우혁, 이수근 등과 맞붙은 국가대표 선수들은 실전처럼 치열하게 뛰었다. 이동국의 송곳 패스를 이근호가 깔끔하게 받아냈고, 결국 환상적인 힐킥으로 통나무를 맞혔다. 족구 경기가 끝난 후 "200%의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후배' 이근호의 말에 '선배' 이동국은 "그런 식으로 축구를 해야 하는데…"라고 되받아치며 웃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K-리그를 대표하는 두 스트라이커가 팀워크를 다졌다. 시원한 웃음과 훈훈한 감동으로 새해를 열었다. 다음 미션은 예능에서 빛난 환상의 '투톱' 호흡을 '최강희호'로 고스란히 옮겨오는 일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그래픽=

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