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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동국이형을 배려한 거라니까요."
녹화를 마무리하며 가수 장우혁이 이동국에게 사인을 건넸다. '사실 네 욕 많이 했어. 이제 안할게'라고 썼다. 이동국은 쿨하게 답했다. "저 욕 안한 사람이 없을 걸요"라며 남의 일 얘기하듯 아픔을 툭툭 털어냈다.
이동국은 명실상부 K-리그 최고의 스타다. 올시즌 소속팀 전북에서 16골 15도움을 기록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K-리그 최고 영예인 MVP도 꿰찼다. 하지만 A대표팀에선 뜻하지 않은 좌절을 겪었다. '대표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근호 역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스스로 '대표팀 울렁증'이라고 칭했다. 지난해 3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나서 비로소 편안해졌다고 했다. 골로 말하는 공격수의 숙명은 잔혹하다. 골을 넣을 때만 뜨겁게 환호할 뿐, 지거나 부진할 때 주변의 반응은 매몰차다.
최강희호에서도 환상의 투톱?
백미는 국가대표 스트라이커가 맞대결을 펼친 족구대결이었다. 5번의 듀스가 이어진 뜨거운 한판 승부였다. 각 포털 검색어 1위를 장악할 만큼 화제가 됐다. 두 선수가 A매치 못지 않게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 인간적이었다. 한치 실수 없는 국가대표다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번외 게임으로 치른 '축구공으로 통나무 맞히기'에선 이동국과 이근호의 투톱 호흡이 빛났다. 이승기, 장우혁, 이수근 등과 맞붙은 국가대표 선수들은 실전처럼 치열하게 뛰었다. 이동국의 송곳 패스를 이근호가 깔끔하게 받아냈고, 결국 환상적인 힐킥으로 통나무를 맞혔다. 족구 경기가 끝난 후 "200%의 집중력을 발휘했다"는 '후배' 이근호의 말에 '선배' 이동국은 "그런 식으로 축구를 해야 하는데…"라고 되받아치며 웃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K-리그를 대표하는 두 스트라이커가 팀워크를 다졌다. 시원한 웃음과 훈훈한 감동으로 새해를 열었다. 다음 미션은 예능에서 빛난 환상의 '투톱' 호흡을 '최강희호'로 고스란히 옮겨오는 일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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