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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왕의 귀환, 앙리는 바로 아스널이었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1-10 10:42 | 최종수정 2012-01-10 10:42


앙리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관중들이 카메라를 들고 찍어내고 있다. 런던=이 산 유럽축구리포터 dltks@hotmail.com

왕이 돌아왔다. 물론 그의 골도 함께였다.

10일(이하 한국시각) 아스널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2011~2012시즌 FA컵 64강전이 열리는 영국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 앞은 왕의 귀환을 환영하는 팬들로 북적북적했다. 14번이 박힌 유니폼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올 시즌이 아닌, 적어도 5~6년은 된 오래되고 빛바랜 유니폼이었다. 14번 등번호 위에는 적혀 있는 이름은 'HENRY', 앙리였다.

앙리는 1999~2000시즌부터 2006~2007시즌까지 8시즌동안 뛰며 369경기에 나와 226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회 우승, FA컵 3회 우승을 이끈 아스널의 전설이다. 2007년 6월 아스널을 떠나 FC바르셀로나를 거쳤다. 2010년부터 현재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욕 레드불스에서 뛰고 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2개월 단기 임대로 아스널에 돌아왔다. 아스널은 1월말 2012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으로 마루아네 샤마크(모로코) 제르비뉴(코트디부아르) 등 공격수들이 잠시 팀에서 자리를 비우게 된다. 소방수가 필요한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 앙리의 임대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앙리의 복귀를 환영하는 아스널 팬들. 런던=이 산 유럽축구리포터
4년 6개월만의 귀환이었다. 영국인들만 왕의 귀환을 환영한 것이 아니다. 앙리의 나라 프랑스인들도 많았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는 프랑스어가 난무했다. 잘 알아듣기는 힘들어도 '앙리'만은 확실히 들렸다. 팬들 역시 앙리 이야기만 했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박주영과 료 미야이치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방문한 한국인들과 일본인들도 있었다. 그 수는 많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 출전 선수를 소개할 때도 역시 최고의 관심은 앙리였다. 앙리의 이름이 불리자 전 관중들은 환호와 박수로 왕을 환영했다. 앙리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도 곳곳에 걸렸다. 'Welcome Home(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이 대부분이었다.

후반 23분 앙리가 나왔다. 예전에 쓰던 14번이 아닌 12번을 달고 나섰다. 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저마다 카메라를 들었다.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9분 뒤 아스널의 1대0 승리를 결정지은 골이 터졌다. 앙리의 발끝에서였다. 난리가 났다. 관중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전체 경기장이 흔들리는듯했다. 앙리 응원가가 터져나왔다. 6만여 관중들은 한목소리로 앙리를 외쳤다. 경기장을 찾은 데이빗 베컴(LA갤럭시)도 박수를 보냈다.

영국, 프랑스, 한국, 일본 등지에서 모인 기자들은 책상위에 있는 모니터를 주시했다. 앙리의 골 장면이 느린화면으로 나왔다. 앙리의 첫번째 터치와 움직임을 보고 놀라워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의 화두는 단연 앙리였다. 벵거 감독은 "앙리의 골은 마치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만날 수 있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은 기자들로 넘쳤다. 출입 제한을 두어야할 정도였다. 앙리는 "아스널에서 다시 뛸지, 또 결승골까지 기록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기장 밖도 앙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팬들은 지난해 12월 새로 설치된 경기장 앞 앙리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맥주를 손에 들고 앙리를 외치는 이들이 많았다. 경기장 앞 펍 TV에는 앙리의 득점 장면이 계속 반복됐다.
런던=이 산 유럽축구리포터 dltk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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