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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그 중에서도 축구가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갱없는 드라마같은 전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팬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라이벌간의 '더비 매치'다.
경기 전부터 양팀 팬들을 경기장 밖에서 노래를 부르고 응원 구호를 외치며 더비 분위기를 만끽했다. 특히 홈팀인 맨시티의 팬들은 맨유 팬들이 곁을 지나갈 때마다 "맨체스터에 진정한 축구팀은 맨체스터 시티 하나뿐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상대를 도발하기도. 상대적으로 소수인 원정팀 맨유의 팬들은 맨시티 팬들처럼 드러내고 응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삼삼오오 모여 경기를 예상하며 나름 더비를 즐겼다.
이러한 더비 경기의 긴장감은 경기장 근처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시내 곳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맨체스터 시내에는 혹시 모를 양팀 팬들의 소요에 대비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경기 후에는 헬리콥터 한 대가 경기장 주변과 맨체스터 중심가를 돌며 팬들의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이러한 경찰의 노력으로 양팀의 팬들은 큰 사고없이 안전귀가할 수 있었다.
맨유는 최근 최하위 블랙번과 뉴캐슬에게 연패했다. 많은 언론들이 이러한 부진의 이유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에이스 웨인 루니의 불화를 꼽았다. 루니는 지난 27일 위건전 5대0 승리 이후 무단으로 팀을 이탈해 팀 동료 대런 깁슨, 조니 에반스와 함께 파티를 가졌다. 퍼거슨 감독은 이에 대한 징계로 31일 블랙번전에서 루니를 출전명단에서 빼는 강수를 뒀다. 그러면서 루니의 이적설이 나돌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 등 현지 언론에서는 맨시티가 루니를 영입하기 위해 1080억을 준비했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루니는 이런 보도를 비웃듯 맨시티전에서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특히 골을 넣은 뒤 맨유의 엠블럼에 키스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자신의 이적 루머와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설을 일축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인 셈이었다.
맨시티 팬들을 흥분케 한 심판 판정
이날 경기에서 가장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은 전반 12분 맨시티 수비수 빈센트 콤파니의 퇴장이었다. 콤파니는 나니에게 양발 태클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을 명령을 받았다. 이후 맨시티는 전반 내내 숫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전했다. 콤파니 퇴장 이후 몇몇 열성적인 맨시티 팬들이 기자석으로 와 리플레이를 요구했다. 구장 안에서는 관중들의 흥분을 막기 위해 홈팀의 골 장면 이외에는 리플레이를 틀어주지 않지만, 기자석에서는 중계 모니터를 통해 리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리플레이를 확인한 뒤 심판 판정에 불만을 쏟아내며 오심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맨시티 팬들은 심판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 때마다 심판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한 팬은 기자석을 지나가며 "당신들은 이 멍청한 심판에 대한 기사를 꼭 써야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레전드의 귀환' 폴 스콜스 복귀
퍼거슨 감독은 경기 당일 오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선언했던 스콜스가 올시즌을 종료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현재 맨유는 애슐리 영, 대런 플레처, 톰 클레버리 등 많은 미드필더들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또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맨유의 최근 연패의 이유로 '2선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공급하는 미드필더의 부재'를 꼽고 있다. 따라서 스콜스의 복귀는 퍼거슨 감독의 선수 운영에 숨통을 틔워 줄 뿐만 아니라 중원의 창의성 부재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시작 전 영국 현지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 역시 스콜스였다. 한 기자는 최근 아스널로 임대 복귀한 앙리를 표현한 문구인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에 빗대 스콜스의 복귀를 '전설의 귀환(The return of the legend)'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스콜스는 이날 경기에 후반 14분 나니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쪽 스탠드를 가득 메운 맨유 팬들도 골이 들어갔을 때보다 더 큰 환호와 함성으로 전설의 귀환을 축하했다. 스콜스는 추가시간 포함 35분여를 소화했다. 후반 26분에는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팬들의 환호에 보답했다.
맨체스터(영국)=민상기 통신원 chosuntig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