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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노장, 이동국-설기현의 임진년 엇갈린 운명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2-01-08 10:37


◇지난해 MVP 시상식에서 선 이동국.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설기현. 스포츠조선 DB
'누가 뛰어나냐'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한 명은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또 다른 한 명은 10년 넘게 K-리그 중심에 서 있는 선수다. 둘다 한국 축구의 큰 형들이다. 전자인 설기현(33)과 후자인 이동국(33)은 동갑내기다.

1979년 1월생인 설기현이 1년 선배지만 33세는 축구선수 생활의 황혼기다. 더욱이 골잡이의 생명력은 순발력이다. 나이가 들면 가장 먼저 순발력 수치가 밑을 향한다.

노장에겐 그다지 달갑지 않은 임진년 새해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둘의 희비 쌍곡선이 교차되고 있다.

이동국은 순풍에 돛을 달았다. 지난해 생애 최고 성적을 거둔 이동국. 팀은 통합 우승, 자신은 리그 MVP에 팬들이 뽑은 인기상까지 받았다. 누가 뭐라해도 "국내에선 이동국이 최고"라며 자신을 아끼는 최강희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최 감독은 "이동국이 할 일이 있을 것"이라며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이동국도 "월드컵 본선에 디딤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안티는 줄어들고, '동국빠(이동국 응원 부대)'는 늘었다. 인기가 올라가니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도 섭외돼 주말 안방에 웃음꽃까지 던져주고 있다. 올해 전북과 2년간의 다년계약을 했다. 연봉은 12억원 내외다. 국내 최고급이다. 전북은 이동국이 달려온 길에 만족, 달릴 길에 기대가 가득하다.

설기현은 고민이 많다. 울산에 2년 계약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됐다. 울산 선수단은 1차 전지훈련을 위해 괌으로 떠났으나 설기현은 동행하지 않았다. 계약이 안된 상황에서의 전지훈련 동행을 설기현도, 울산도 원하지 않았다. 설기현은 올해 정규리그와 챔피언십에서 34경기를 뛰며 5골-7도움을 기록했다. 컵대회는 7경기에서 2골-3도움이다. 준수한 성적이다. 특히 시즌 막판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울산은 설기현에게 1년계약만을 제시했다. 나이 때문이다. 연봉도 현수준인 약 7~8억원에서 일정부분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설기현과는 계약기간 뿐만 아니라 연봉에서도 의견 차가 크다.

이 사이 울산은 국가대표 이근호와 김승용을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한꺼번에 영입했다. 이근호는 당장 설기현과 포지션이 겹치는 공격수다. 설기현에 대한 말없는 압박이다.. 설기현측은 울산과의 협상 외에 다른 행선지도 두루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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