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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년 1월1일부터 잘할게 '하더라고요."
잉글랜드 최강 클럽을 상대로 짜릿한 결승골을 넣고 펄펄 날아오른 기특한 아들에게 아버지가 건넨 말은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다"가 전부다. 지동원 역시 부모님에게 좀처럼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늘 선발로 뛰어오던 아이인데 마음고생이 왜 없었겠느냐. 부모니까 얼마나 힘들었을 지 아는 것"이라며 아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다. 지동원의 선덜랜드행에는 아버지, 어머니, 큰누나 등 가족들이 동행했다. 레딩 유소년 시절 나홀로 외로운 나날을 버티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먹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지씨는 "직접 몇개월간 몸으로 부딪친 선덜랜드는 상상보다 더 힘들고 부담스러웠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선덜랜드를 택한 걸 후회한 적 없다"고 했다. 아들을 향한 믿음 역시 놓은 적이 없다. 2012년 전망을 묻자 "부상만 없으면 좀 좋아지겠죠"라고 답한다. 새해 아들에게 바라는 바도 한결같다. "잘 먹고, 부상 당하지 말고, 언제나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지동원이 결승골 직후 구단 인터뷰에서 "오늘의 승리는 맨시티에게 실점하지 않기 위해 우리팀 전원이 열심히 뛴 것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처럼 아버지도 어김없이 '팀'을 강조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의 해, A대표팀, 올림픽대표팀, 소속팀 사이에서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낼 것 같다는 말에도 아버지는 그저 담담했다. "젊은 애들인데 나갈 수만 있다면, 가야죠. 젊은데 다 이겨내야죠"라며 웃었다. 지동원 선수는 뭐라고 했을까. "동원이도 늘 '젊으니까 걱정없다. 체력은 이상없다'고 하죠." 당당함도, 침착함도 부전자전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