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강팀킬러' 지동원 순도200% 골, 이렇게 달랐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1-02 14:56 | 최종수정 2012-01-02 15:05



얼마 전 선덜랜드에 다녀온 지동원의 '전남유스' 절친선배 윤석영(22·전남)은 "동원이는 틀림없이 잘될 거예요. 걱정 마세요"라고 했다. "실제로 보고 오니 더 안심이 된다. 생활이 안정돼 있고, 편안해 보이더라"고 귀띔했다.

따지고보면 편안한 상황은 아니었다. 지난 12월 초 마틴 오닐 신임 감독의 부임 후 지동원(21·선덜랜드)은 블랙번전에 후반 31분 교체투입된 것이 전부였다. 이후 토트넘, 퀸즈파크레인저스, 에버턴과의 최근 3경기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담담한 성격상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맘고생이 깊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A대표팀에서도, 소속팀에서도 늘 선발 엔트리에 익숙해 있던 그다. 오닐 감독이 크리스마스 이후 '박싱데이' 매치를 앞두고 공격진 로테이션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동원에게는 '복음'이었다. 목말랐던 그라운드에서 순도 200%의 새해 첫 축포를 쏘아올리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지동원의 골은 달랐다.

첼시-맨시티전 골 '강팀 킬러'

지동원은 첼시전에 이어 맨시티전에서 잇달아 골을 기록하며 강팀 킬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영국의 스포츠 매체가 일제히 '지, 깜짝이야(Ji. Whizz)'라는 제하에 '기적의 결승골'을 대서특필했다. 냉정한 오닐 감독이 직접 "센세이셔널하고 판타스틱했다"고 극찬했다.

2일 새벽, 최강 맨시티전에서 선덜랜드가 끈끈한 수비력으로 사력을 다해 버티고 있던 후반 33분 0대0 상황에서 지동원이 그라운드에 나섰다. 3경기 연속 결장 끝에 나선 그라운드는 간절했다. 인저리타임 막판까지 몰아치던 맨시티의 공세 끝에 이어진 선덜랜드의 단 한번의 역습이 승부를 갈랐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한민국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이 있었다. 믿을 수 없는 리그 2호골, 오닐 감독이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뛰어올랐고, 빛의 구장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지동원은 지난 9월 11일 첼시전에서 기록한 리그 데뷔골에 이어 석달여만에 맨시티전에서 2호골을 가동했다. 후반 37분 교체투입돼 8분만인 후반 45분 터뜨린 첼시전 데뷔골은 팀의 1대2 패배로 빛바랬다. 하지만 맨시티전의 버저비터골은 순도만점의 골이었다. 지동원의 이 한골에 맨시티가 울고, 맨유가 웃었다. 리그 15위 선덜랜드전 승리를 당연시 여겼던 리그 선두 맨시티는 이날 패배로 맨유와 '골 득실차' 박빙의 선두를 근근히 유지하게 됐다. 골닷컴은 '지동원은 위어사이드(선덜랜드가 속한 지역)의 영웅일 뿐만 아니라 올드트래포드(맨유의 홈구장)의 영웅'이라고 치켜올렸다. 맨유 출신 수비수 존 오셔는 인터뷰에서 "맨유를 돕게 돼 기쁘다"며 노골적인 기쁨을 표했다.

교체투입 12경기에서 2골1도움

지동원은 이날 맨시티전을 포함, 올시즌 정규리그 19경기 중 13경기에 나서 2골1도움을 기록중이다. 1경기(울버햄턴 원정)에 선발출전했고, 12경기에 교체출전했다. 전반 교체출전은 코너 위컴이 불의의 부상을 입었던 맨유전(2011년11월5일)이 유일하다. 빅리그에 입성한 지 불과 4개월, 그라운드 템포에 적응하기 바쁜 루키가 후반 30분 이후 투입돼 15분 남짓 뛰면서 골을 기록하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출전 횟수가 줄어들면 경기력이 떨어지고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쉽지않다. 끈질긴 승부욕으로 '원샷원킬'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직후 지동원의 결승골은 오프사이드 논란에 휩싸였다. 세세뇽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위치가 수비수보다 근소하게 앞서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로베르토 만시니 맨시티 감독은 "분명 오프사이드였다. 하지만 이것이 축구다"라는 말로 패배를 쿨하게 인정했다. 오닐 감독 역시 "지동원의 골이 아주 조금 오프사이드였나? 그래도 기쁘다"라는 말로 논란을 일축했다.

A대표팀 주전 공격수인 지동원도 오프사이드를 의식하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였다. '심판이 휘슬을 불기 전까지는 반칙이 아니다. 끝까지 플레이하라'는 기본 룰에 충실했다. 그리고 선심은 끝내 깃발을 들어올리지 않았다. 이날 '베이비 지'를 '영웅'으로 만든 건 단순한 우연이나 행운이 아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 고도의 집중력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