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 축구는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다. 승부조작 광풍에 박지성-이영표의 태극마크 반납으로 촉발된 대표팀 세대교체 논란, 조광래 감독 전격 경질까지. 수뇌부는 괴로웠고, 팬들의 한숨지었다. 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승부조작으로 머리를 조아리고,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조광래 감독 경질 배후설에 진땀을 흘렸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사태 수습에 허둥지둥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태양은 뜨고, 강물은 흐른다. 한국축구는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2012년 또 다른 도약을 꿈꾼다. 2011년 한 해를 되돌아보는 '촌철살인'을 모았다.
"난 아니기에 웃어넘겼고, 떳떳하기에 이 자리에 섰다."
승부조작 가담으로 퇴출된 최성국의 말. 지난 5월말 K-리그 부정방지 워크숍에서 최성국은 기자회견을 했다. 소문과 진실로 혼란스럽던 시기에 최성국은 동료들을 걱정하는 듯 태연스럽게 이 말을 내뱉었다. 얼마 뒤 최성국의 혐의는 검찰 조사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최성국은 승부조작 가담 혐의로 축구계에서 퇴출됐다. 승부조작으로 59명이 기소, 62명이 축구계를 떠났다. 또 일부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이수철 전 상무 감독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미국프로축구리그 밴쿠버에 입단하는 이영표의 말. 박지성과 이영표는 지난 1월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이후 둘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A대표팀의 지상과제였다. 이영표는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에 대해 "나는 2000년대 선수라 안되지만 지성이는 2010년대 선수다. 물론 복잡한 선결조건이 있지만"이라며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 여지를 남겼다.
"나는 영원한 맨유맨이고 싶다."
박지성이 지난 시즌 맨유의 우승을 이끌고 나서 한 말. 당시만 해도 박지성은 재계약 연장이 늦어지며 이적 관련 소문의 중앙에 섰었다. 박지성은 "세계 최고 클럽에서 뛰다 은퇴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맨유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후 박지성은 2013년 6월까지로 계약 연장을 했다. 연봉은 460만파운드(약 8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국가대표로 뽑지 말아달라."
손흥민(함부르크)의 아버지 손웅정(춘천FC 감독)씨의 말. 아들의 대표팀 출전시간이 적자 불만을 드러냈다. 손씨는 "20분을 뛰려고 왕복 3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탄다. 너무 무리한 일정"이라며 대표팀 차출에 대해 난색을 표현했다. 이후 차두리가 대표선수의 마음가짐에 대해 의견을 내는 등 한때 대표팀 차출문제와 해외파 관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냥 '닥공'이지."
최걍희 전북 감독이 만든 올시즌 K-리그 최고 유행어. '닥공(닥치고 공격)'은 승패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공격하며 팬서비스를 한다는 최 감독의 주장이자 전북의 팀컬러였다. 전북은 2년만에 리그 정상,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은 정규리그 30경기에서 67골을 터뜨리며 경기당 2.23골(K-리그 최고기록)을 터뜨리며 화끈한 축구를 선보였다.
"난 원래 안티팬이 많은데…."
올시즌 K-리그 MVP에 뽑힌 이동국. 이동국은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FANtastic Player'와 베스트 11 공격수상, 최우수선수상(MVP), 도움상 등 모두 4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동국은 "시상대에 너무 많이 올라 다리가 아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팬투표로 결정된 'FANtastic Player' 상을 받고는 "나는 원래 안티팬이 많은 선수다. 하지만 팬들이 직접 뽑아준 이 상을 받게 됐다. 더욱 감회가 깊다"며 활짝 웃었다. 이동국은 올시즌 16골-15도움으로 생애 최고 성적을 올렸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애제자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을 기정사실화 했다. "색깔이 맞지 않는 대표팀에서는 더이상 뛰고 싶지 않다"던 이동국도 사령탑이 바뀐 마당에 마음을 고쳐먹을 것으로 보인다.
'good bye(안녕히)가 아니라 so long(다시 만날때까지 안녕)'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전북 홈페이지에 남긴 말. 팬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임기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라고 못박았다. 본선에 진출한다고 해도 뜻이 없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당황했지만 최 감독의 뜻을 준중하겠다는 표정이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최 감독이 임기를 못박는 조건으로 사령탑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팬들의 반응은 '역시 최강희'라며 대표팀과 클럽팀을 모두 아우른 그의 '묘수'에 박수를 보냈다.
"다시 그라운드에 설 겁니다."
경기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50여일만에 의식을 회복한 '기적의 사나이' 신영록의 말. 지난 9월 16일 경기중 부정맥으로 쓰러진 뒤 의식불명으로 생사를 넘나들었지만 온 국민의 성원속에 그는 다시 일어섰다. 힘든 재활이 이어졌고, 아직은 완전한 몸이 아니지만 신영록은 "다시 그라운드에 서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영록바' 신영록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축구 사랑을 넘어 숭고한 인간애로 승화됐다. 신영록의 의지, 제주 구단의 발빠른 대처, 의료진의 협력, 그리고 팬들의 간절한 마음까지 더해진 한편의 드라마. 파이팅 신영록!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