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올해의 선수' 2연패 지소연의 일본리그 분투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12-25 16:21


지난 11월 12일 고베 아이낙 우승 직후 지소연이 집 근처 카페에서 우승기사가 대서특필된 신문과 사인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지소연(20·고베 아이낙)은 지난 20일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수상이었다. 정작 본인은 "생각도 못했다"지만 올해 유난히 부진했던 여자축구에서 지소연의 존재는 유일한 위안이자 희망이었다.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일본 여자축구 나데시코리그에서 8골 6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소속팀 고베 아이낙을 리그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지난달 말 도요타 비츠컵에서 세계 최강 아스널 수비수 4명을 순식간에 제치는 '지메시표' 폭풍 드리블 골 영상에 네티즌들은 뜨겁게 열광했다. '지소연을 남자대표팀에 영입하라!'는 댓글이 폭주했을 정도다. '올해의 선수' 지소연의 그라운드 안팎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지소연 일본리그 8골 6도움의 의미

지소연은 일본리그 도전 첫해에 8골 6도움을 기록했다. 올시즌 독일여자월드컵으로 잘나가던 일본에서 기죽지 않고 오로지 실력 하나로 일궈낸 기록이기에 더욱 의미있다. 고베 아이낙의 7번 지소연은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애초 본인이 원했던 포지션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였다. 최전방엔 일본대표팀 공격수 오노 시노부가 포진했다. 킥 능력을 인정받아 팀의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활약했다. 도움을 주기에 좋은 위치였지만 정작 본인이 골을 넣기엔 불리한 위치였다. 거의 매경기 선발로 나섰지만 후반 교체도 잦았다. 풀타임을 소화하기에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냐는 질문에 지소연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지소연은 일본 진출 이후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눈에 띄게 몸이 좋아졌다. 지난 겨울 여리여리했던 모습은 간데없고 강인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교체 때마다 아쉽다. 더 뛰고 싶다"고 했다. '텃세'라고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남모를 서운함은 있었다. 하지만 지소연은 독하다. 힘들수록 강해졌다. 못말리는 공격본능이 여지없이 빛났다. 공간만 생기면 예리한 크로스를 올렸고 틈만 나면 문전으로 쇄도했다. 내심 신인왕을 염두에 뒀었다. 객관적인 기록이나 활약으로는 가능성이 충분했다. 신인왕을 일본 유망주 키라에게 내준후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이를 악물었다. 내년 목표는 '득점왕'이다.


◇고베가 우승하던 날, 7개월만에 홈경기장을 찾은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씨는 딸의 기사가 담긴 매치데이 매거진을 보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라운드 성공 비결? 그라운드 밖 완벽 적응!

지난 11월 고베 아이낙의 우승현장에는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씨(43)가 함께 했다. 지난 4월 개막전에 이은 두번째 일본 나들이였다. 구단이 제공한 VIP석에서 딸의 모습을 대견한 듯 지켜봤다. 이날 경기장을 빠져나온 가와스미 나호미, 다나카 아스나 등 고베 선수들이 김씨를 보자마자 반색했다. "소연 엄마, 안녕하세요?" 너나할것없이 스스럼없이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지소연이 직접 가르친 한국어다. 지소연은 이날 믹스트존에서 일본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거침없는 일본어 인터뷰가 진행됐다. 할 말을 또박또박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일 2~3시간 일본어 공부에 매진한 결과다.

'나호언니'라 부르는 나호미와 '아스나'는 지소연의 팀내 절친이다. 훈련 외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마침 권은솜의 생일과 겹쳤던 우승 뒤풀이날도 이들은 새벽 6시까지 노래방에서 파티를 즐겼다. 발랄한 20대답게 고베 시내 번화가인 산노미야역 근처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함께 쇼핑도 즐긴다. 일본선수들은 한국어로, 지소연은 일본어로 대화하는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스시, 해물을 싫어하는 지소연이 좋아라 하는 삼겹살 파티도 자주 연다. 인터뷰 중에도 '나호언니'와 '아스나'의 전화, 문자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여름 3개국 클럽교류전을 위해 방한한 고베 아이낙 동료들은 지소연의 한국에서의 인기를 실감했다. 지소연의 소속사(올댓스포츠) 동료인 김연아의 아이스쇼를 단체관람한 후 "김연아와 친구냐"며 난리가 났었단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폭풍' 적응력이 그라운드에서의 맹활약으로 이어졌다.


◇고베 아이낙의 우승 직후 지소연(가운데)이 절친 삼총사 가와스미 나호미(오른쪽), 다나카 아스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지소연은 얼마 전 집을 옮겼다. 일본에서 동고동락했던 룸메이트 권은솜이 WK리그로 떠났다. 나홀로 남게 된 지소연은 '미호언니' '아스나'와 함께 한지붕 아래 뭉쳤다. 그렇게 절친한 삼총사지만 A매치에서만큼은 '냉정한 적'으로 돌아선다. 여전히 일본에 지기는 죽기보다 싫다. 지난 9월 런던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 한-일전에서 만난 '미호언니'와 일부러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팀 복귀후 섭섭해 하는 '미호언니'에게 "어쩔 수 없다. 국가대항전은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세계 정상에 오른 일본 여자축구의 중심에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후배 여민지(17·함안대산고)와 함께 겨울밤 트위터로 "내년에 우리가 더 잘하자"라는 격려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스스로 한국 여자축구의 길이 되고자 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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