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의 1년 5개월은 영광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조 감독의 첫번째 시험무대는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이었다. 51년만의 아시아 정복 미션을 갖고 카타르 땅을 밟은 조광래호는 주포 박주영이 결장했지만, 새로운 스타들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섀도스트라이커로 변신에 성공하며 득점왕을 차지한 구자철, 새로운 원톱 지동원 등을 앞세운 조광래호는 세대교체와 경기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4강에서 일본에 패했지만 수준높은 경기력에 찬사를 받았다. 귀국길에 팬들이 공항으로 몰리기도 했다.
대회 직후 두 기둥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박지성(맨유)과 이영표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조광래 감독의 '만화 축구'는 이들의 공백에도 활력이 넘치는 듯 했다. 김정우-이용래-기성용 허리 3인방이 자리잡기 시작한 3월 온두라스전(4대0 승)을 지나 6월 세르비아, 가나와의 친선경기 2연전(이상 2대1 승)에서 정점을 찍었다. 조광래호가 한국축구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했다며 팬들의 기대치는 최고조로 올랐다. 선수들도 조 감독의 지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9월에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이 시작됐다. 3승1무1패(승점 10)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한국 31위·10월 랭킹) 레바논전에서 1대2로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조 감독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조 감독의 만화축구에 대한 조소가 이어졌다. 조 감독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내년 2월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결국 조 감독은 경질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