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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과 시련의 연속이었던 조광래의 1년 5개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1-12-07 23:27


조광래 감독의 1년 5개월은 영광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시작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을 이끈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보인 후, 후임 선정 작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정해성 현 전남 감독,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최강희 전북 감독, 김호곤 울산 감독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이들은 모두 손사레를 쳤다. 조 감독은 시종 대표팀 감독 자리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렇다할 후보가 없음에도 조 감독의 대표적인 야당이미지 때문에 외국인 감독 선임 가능성이 나도는 등 선임까지 다소 우려곡절이 있었다. 결국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에서 단독후보로 추대돼 작년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조광래호는 8월 11일 나이지리아전을 통해 세상에 등장했다. 조 감독은 그동안 체력과 힘을 앞세웠던 한국축구에 기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매끄러운 짧은 패스를 앞세운 스페인식 축구로 2대1 승리를 이끌어내자 조 감독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조 감독은 허정무 축구 색깔을 빠르게 지워내고 자신만의 색깔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무렵 포지션 체인지와 독특한 전술때문에 '만화축구'라는 소리도 듣게 됐다.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조광래호를 향한 호의적인 시선은 이어졌다.

조 감독의 첫번째 시험무대는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이었다. 51년만의 아시아 정복 미션을 갖고 카타르 땅을 밟은 조광래호는 주포 박주영이 결장했지만, 새로운 스타들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섀도스트라이커로 변신에 성공하며 득점왕을 차지한 구자철, 새로운 원톱 지동원 등을 앞세운 조광래호는 세대교체와 경기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4강에서 일본에 패했지만 수준높은 경기력에 찬사를 받았다. 귀국길에 팬들이 공항으로 몰리기도 했다.

대회 직후 두 기둥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박지성(맨유)과 이영표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조광래 감독의 '만화 축구'는 이들의 공백에도 활력이 넘치는 듯 했다. 김정우-이용래-기성용 허리 3인방이 자리잡기 시작한 3월 온두라스전(4대0 승)을 지나 6월 세르비아, 가나와의 친선경기 2연전(이상 2대1 승)에서 정점을 찍었다. 조광래호가 한국축구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했다며 팬들의 기대치는 최고조로 올랐다. 선수들도 조 감독의 지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이었다. 8월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한 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결과도 충격적이었지만, 내용상 완패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청용(볼턴)의 부상과 박주영(아스널) 지동원(선덜랜드)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 유럽파들이 소속팀에서 설 자리를 잃으며 동력을 상실했다. 해외파와 국내파간의 갈등도 여기서 싹트기 시작했다.

9월에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이 시작됐다. 3승1무1패(승점 10)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한국 31위·10월 랭킹) 레바논전에서 1대2로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조 감독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조 감독의 만화축구에 대한 조소가 이어졌다. 조 감독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내년 2월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결국 조 감독은 경질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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