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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선수의 허물이나 실수를 외부로 발설하지 않는다. 특히 볼을 20년 가까이 찬 고참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다. 선수 평가에 대한 난처한 질문에는 직설적인 표현 대신 꼭 농을 섞어 말한다. 그래서 당사자가 그 얘기를 전해들어도 웃게 만든다. 최 감독은 전북의 키플레이어 이동국(32)과 김상식(35)을 이렇게 말한다. "그 친구들은 감독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믿고 기다리는 것 뿐이다."
올해는 달랐다. 전북은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고, 울산을 챔피언결정전에서 꺾었다. 부임 7년 만에 K-리그를 두 번 정복했다. 올초 세운 최 감독의 목표는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더블(2관왕)이었다. 지난달 5일 홈에서 벌어진 알 사드(카타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져 준우승에 그쳤다. 전북은 두 번 실수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웃으면서 2011년을 '전북 현대의 해'로 만들었다.
최 감독이 전북 선수들에게 주입시킨 '닥공축구'는 팬들을 매료시켰다. 전북 선수들은 두 골을 넣고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세 골을 위해 더 세게 압박했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두 골을 리드하면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가 뒤로 빠지게 돼 있다. 심리적으로 수비쪽으로 몸이 움직이게 돼 있다고 한다. 최 감독은 2-0인 상황에서 더 많은 골을 요구했다. 전북은 올해 K-리그 페넌트레이스 30경기에서 67골을 터트렸다. 경기당 2.23골로 역대 K-리그 최고의 경기당 득점률을 기록했다. 전북팬들은 공격축구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경기당 평균 1만5082명이 찾았다. 지난해 대비 5.5% 증가했다. 올해 승부조작 파동의 악재를 뚫고 거둔 관중 동원 성적이다.
최 감독은 2009년 K-리그 우승을 했었다. 이미 전북에서 짧은 기간에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전북에서 할 일이 남았다고 말한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에서 A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자신의 역할은 별명 처럼 '봉동이장'이라는 것이다. 전북의 훈련장이 전북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에 있다. 그래서 전북 팬들은 몇 해 전부터 최 감독에게 봉동이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구수한 입담과 푸근한 외모 때문에 감독보다 마을 이장에 더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최 감독도 봉동이장이라는 애칭을 싫어하지 않는다. 스스로 봉동이장이라는 애칭을 즐겨 쓴다. 2012년말까지 전북과 계약돼 있다.
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