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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우승]최강 전북 이끈 '소리없는 영웅'들의 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12-04 15:50


전북과 울산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북 에닝요가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성공한 후 포효하고 있다.
전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1.12.04/

'명가' 전북의 우승 뒤엔 '소리없는 영웅(Unsung hero)'들의 활약이 빛났다. 한발 더 뛰었다. 소리없이 강했다.

전북 용병 에닝요(30)는 챔피언결정전 최고의 수훈갑이었다. 1차전에서 나홀로 2골을 몰아넣으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도 후반 14분 침착하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동국의 그늘에 가려 2인자의 길을 걸었지만 큰 경기에선 어김없이 한방을 해줬다. "울산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지면 고향인 브라질에 가지 않겠다"던 결연한 각오를 골로 증명했다. 에닝요는 2년 전인 2009년 챔피언결정 2차전 때도 2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우승을 견인했다.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 3골을 포함, 총 5골로 역대 챔프전 '최다골' 기록을 수립했다. 2차전에선 1만209m를 뛰며 전북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로도 기록됐다. 말 그대로 펄펄 날았다. 울산의 빗장수비는 이동국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에닝요를 막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뼈아팠다.

'백전노장' 김상식(35)은 팀의 맏형으로서 중원을 굳건히 지켜냈다. 거침없는 '닥공'의 뒤에는 언제나 든든한 미드필더 김상식이 있었다. 플레이메이커로서 공수의 밸런스를 조율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밀리지 않는 몸싸움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2년 전인 2009년 전북의 첫 우승을 일궜고, 2006, 2007년 성남 소속으로 우승, 준우승을 경험한 리그 최강 베테랑의 힘은 큰 경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으로부터 "김상식은 진짜 회춘모드다. 도대체 뭘 구해 먹는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엄청 뛰어다닌다"는 칭찬을 들었다. "웃음이 많지 않은 최 감독님을 꼭 웃게 해드리고 싶다"던 꿈을 이뤘다.

K-리그에서 이미 두차례(2004년·2007년) 우승 맛을 본 전북의 베테랑 수비수 조성환(29), 박원재(27) 등 수비라인은 울산의 '철퇴축구'에 치열하게 맞섰다. '캡틴' 조성환은 포스트시즌 절정의 골감각을 뽐내며 '울산 미라클'을 이끌었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왼쪽 풀백 박원재는 엄청난 활동량과 과감한 오버래핑을 선보이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른쪽 풀백 최철순(24)은 설기현, 루시오가 호시탐탐 노리는 측면을 사수했다. 2차전에서 박원재는 1만146m,최철순은 1만73m를 뛰며 에닝요에 이어 팀내 활동량 2-3위를 차지했다. 침착하고 노련한 경기 운영과 한발 더 뛰는 투지로 승리를 단단히 지켜냈다. 또 1~2차전 모두 선발로 나선 수비형 미드필더 정 훈(26)도 출전시간 대비 가장 많은 거리를 뛰었다.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가며 최고의 시즌을 맞은 '슛돌이' 서정진(22)은 빠른 발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공격라인에서 활로를 열었다. 전북의 우승은 1등에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내달린 이들 모두의 승리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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