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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울산전]떨어진 체력이 울산 발목을 잡았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11-30 20:36


전북 현대가 화려한 공격의 팀이라면, 울산 현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안정적인 수비다. 울산 현대의 수비진은 K-리고 최고로 꼽힌다. 정규리그 30경기에서 29골을 내줘 전남 드래곤즈와 함께 올시즌 팀 최소실점을 기록했다. 정규리그 6위로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울산이 예상을 깨고 FC서울,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것도 안정적인 수비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울산은 앞선 챔피언십 3경기에서 2실점을 기록했다. 완벽에 가까운 수비였다. 중앙 수비수 곽태휘와 이재성, 수비형 미드필더 이 호 에스티벤은 상대 공격진을 강한 압박과 협력수비로 묶어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안정적인 수비를 근간으로 한 울산 축구는 11월 30일 전북과의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전반 에스티벤과 이 호가 미드필드에서 전북 공격의 맥을 끊었고, 섀도 스트라이커 김신욱까지 미드필드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해 상대를 압박했다. 수비라인과 미드필더들의 간격을 좁게하고, 상대를 밀어냈다. 베테랑 설기현은 주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놓았다. 울산은 설기현이 움직일 때마다 상대 측면 수비수와 중앙 수비수가 따라붙으면서 생긴 공간을 파고들어 찬스를 노렸다. 좀처럼 공간을 내주지 않는 울산 수비에 최강희의 감독의 '닥공(닥치고 공격)'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체력이 떨어진 울산의 수비에는 한계가 있었다.

울산은 지난 19일 FC서울과의 6강 PO부터 3~4일 간격으로 3경기를 치렀다. 더구나 수원전은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였다. 전북전 선발 멤버 대다수가 지난 3경기를 풀로 뛰었다. 포항전을 마치고 선수단 전체가 링거까지 맞았다. 체력저하는 후반에 확실하게 나타났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압박이 느슨해졌고, 수비 조직력에도 허점을 보였다. 의욕은 앞서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무리한 파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후반 이재성이 문전에 있던 이동국을 넘어트려 페널티킥을 내줬다. 에닝요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무게 중심은 전북쪽으로 기울어졌다. 후반 34분 에닝요에게 추가골을 내준 것도 수비 조직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울산은 6강 PO와 준 PO, PO에서 모두 선제골을 넣고 이겼다. 선제골을 넣은 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추가골을 노렸다. 그러나 챔피언십 4경기 만에 선제골을 내준 울산은 급했다. 후반 18분 곽태휘의 프리킥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전북의 기세를 막기에는 힘이 딸렸다. 지친 울산 선수들은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나, 분위기 반전은 역부족이었다.


울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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