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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울산전]텅빈 관중석, 이게 K-리그의 현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11-30 19:42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찬바람을 몰아치고, 관중석은 텅 비었다. 경기전에는 수백마리의 까마귀떼가 경기장 위를 날아들어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이 벌어진 11월 30일 울산월드컵경기장. K-리그의 최강자를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썰렁했다. 4만4474석 관중석의 4분의 1이 비었다. 올해 K-리그를 결산하는 축제의 장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울산 구단은 이날 관중을 무료로 입장시켰다. 7개의 출입구에서 울산 시민임을 입증하는 주민등록증, 학생증을 제시하며 바로 입장시켰다. 또 울산 구단의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에 협조 공문까지 보냈다.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작업조의 근무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다. 또 각급 학교에 학생들이 경기를 볼 수 있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구단으로선 관중동원에 한계가 있다.

예고된 인재다. 프로축구연맹은 공중파 중계를 위해 킥오프 시간을 오후 6시10분으로 정하고, 포항 스틸러스와의 플레이오프 하루 전인 25일 울산에 통보했다. 울산이 오후 7시30분 경기 개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산은 26일 포항전에서 이긴 직후 부랴부랴 관중 무료 입장을 결정했다. 무관중보다 무료 관중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축구인들은 연맹과 경기를 중계한 공중파 방송사를 성토했다. 한 축구인은 "연맹이 정신 나간 것 같다. 공중파 중계가 축구팬보다 그렇게 중요한지 연맹에 묻고 싶다. 축구는 케이블 방송으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연맹이 지나치게 방송사를 의식해 끌려갔다는 비판이다. 또다른 축구인은 "오후 7시에만 시작해도 조금 나을 텐데. 1년에 한 번 정도 중계를 할까말까하면서 너무한다"고 했다.

올시즌 K-리그 최고의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챔피언결정전. 하지만 누구도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2011년 K-리그의 서글픈 현실이다. 경기 시작전부터 내린 비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울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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