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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감춘 K-리그 챔프전 기자회견, '칭찬의 향연'이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11-28 11:40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 스포츠조선DB

발톱은 감췄다. 서로를 띄워주기에 바빴다.

2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챔프결정전 기자회견장은 '칭찬의 향연'이었다. 올시즌 K-리그 맨 꼭대기에서 만나게 된 김호곤 울산 감독(60)과 최강희 전북 감독(52)의 말에는 독이 전혀 없었다. 달콤했다.

칭찬은 둘의 인연부터 시작됐다. 김 감독이 포문을 열었다. "내가 울산 코치 시절 한일은행에서 뛰던 최 감독을 스카우트했다. 모범생이었다. 존경할 만한 선수였다. 입에서 거품이 날 정도로 뛰는 선수였다." 칭찬세례는 계속됐다. 김 감독은 "최 감독이 이룬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성적(준우승)과 이동국 에닝요 서정진 루이스 등 선수 구성 과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울산 수비진이 얼마나 전북의 공격을 견뎌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멋쩍은 표정을 지은 최 감독도 화답했다. "김 감독님의 과찬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울산이라는 팀은 내가 은퇴까지 했던 팀이다. 항상 애정이 있다. 울산과 맞붙는다니 과거의 기억도 스쳐간다. 김 감독님과의 특별한 관계도 생각난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스포츠조선DB
향연의 방점을 찍은 것은 양팀 단점을 물어보는 시간이었다. 두 감독은 이미 전력 파악이 끝났음에도 칼을 숨겼다. 최 감독은 "리그 때 울산은 기복이 있었다. 경기력이 현재만큼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큰 단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활동량이 많다"고 전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울산 공격의 핵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설기현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도 최 감독은 꼬리를 내렸다. "설기현은 리그 때와 전혀 다르게 플레이하고 있다. 사실 수요일 격전을 치르고 토요일 낮경기에 뛸 수 있다는 자체가 존경스러웠다. 설기현 말고도 나머지 울산 선수들이 투혼을 펼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에 김 감독도 "전북은 득점도 많이하고 공격력이 강하다. 역습 시 수비 뒷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축구라는 것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이 부분을 파악하는 팀이 승리할 것"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전북의 주장 조성환은 재치넘치는 답변으로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팀은 막강 공격에 비해 수비력은 약하다고 감독님께서 놀리시곤 한다. 선수들도 인정한다. 그러나 중요한 두경기가 남았으니 감독님께 놀림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두번의 신들린 선방으로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은 울산 골키퍼 김승규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페널티킥 선방 기분과 머리 스타일의 변화'를 묻는 네티즌의 질문에 "두번째 페널티킥을 막았을 때는 나도 놀랐다. 머리는 복귀할 때 바꿨는데 별명이 '마이콜'이 됐다. 김호곤 감독님이 콜롬비아 선수냐고 놀렸다"고 했다. 노주환, 김진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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