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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울산 골키퍼 김승규 "질 것 같지 않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11-25 14:51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준 플레이오프 수원-울산전. 승부차기에서 울산 골키퍼 김승규가 최성환의 킥을 막아내기 위해 몸을 날리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승규야 훈련 좀 그만해라."

김성수 울산 현대 골키퍼 코치가 골키퍼 김승규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울산 입단 4년 차인 스물한 살 김승규. 어린 나이지만 뭔가 특별하다. 보통 홈팀 관중은 든든한 우군, 원정 때 상대 서포터스는 부담스러운 존재인데, 어쨌든 관중이 많으면 더 신이 난단다.

수원 삼성의 안방인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원정팀들에게 지옥같은 곳이다. K-리그에서 가장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가 쏟아내는 함성과 야유에 원정팀 선수들은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울산 선수들은 수원 원정 때마다 경기장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23일 김승규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준플레이오프(PO) 수원전(1대1 무승부, 승부차기 울산 3-1 승) 연장 후반 경기 종료 직전에 교체 출전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피말리는 승부차기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상대 키커를 압도했다. 수원 키커가 킥 위치로 들어설 때마다 상대 선수가 평소 선호하는 방향을 손짓하며 '찰 테면 차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상대 골키퍼가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인 정성룡이었기에 더 빛났다.


23이 수원과의 준 플레이오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울산 김신욱이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김승규는 "승부차기에 들어갔을 때 우리가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대 응원단의 야유가 응원소리처럼 들렸다"고 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조용한데 피치에 오르면 자신감이 넘쳐나는 호랑이다.

200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 때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는 수만명의 관중 앞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치른 후 관중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김승규는 울산의 주전 골키퍼가 아니다. 김영광의 뒤를 받치는 백업이다. 올해는 부상으로 인해 정규시즌 1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직후 오른쪽 손목이 골절돼 뼈에 핀을 박는 수술받았다. 오랜 재활치료와 훈련을 이겨내고 지난달 말에야 팀에 합류했다. 훈련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달이다.

그런데 26일 K-리그 플레이오프 포항 스틸러스전에 선발 출전한다. 주전이자 멘토인 김영광이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기회가 왔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과 K-리그 챔피언결정전 출전권이 걸린 경기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했다. '이기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 생각이냐'고 묻자 "세리머니는 골을 넣은 형들이 할 것이다. 나는 형들과 얼싸안고 환호할 것 같다"고 했다.


23일 수원전 승부차기에서 실축을 한 설기현이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김승규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강점은 빠른 순간 동작과 뛰어난 공중볼 처리 능력. 장신(1m87, 76kg)이지만 순발력이 탁월하고, 공중볼 포착 능력이 발군이다. 공이 날아오는 위치를 정확히 잡아내고, 낙하 지점을 잘 포착한다. 승부차기 때는 키커가 공을 차는 방향을 보고 움직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빠르다.

지독한 훈련이 지금의 김승규를 만들었다. 공식 훈련이 끝나면 하루 40분, 365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줄넘기를 한다. 20여분간 일단 줄넘기로 워밍업을 하고 난 뒤 이단 뛰기를 600~700번 한다고 했다. 현대중 시절 팀에서 공식 일정 외 훈련을 금지했는데, 그때 학교 창고에 숨어 줄넘기를 하던 습관이 몸에 붙었다. 훈련 전에는 또 따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김성수 코치는 "훈련을 너무 많이 해 컨디션을 해칠까봐 걱정될 정도다"고 했다.

하지만 출전 경기수가 적어 경기 감각이 걱정스럽다. 이번 달 초 A매치 휴식기에 열린 두차례 연습경기(올림픽대표팀, 울산현대미포조선)에 풀타임 출전했으나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김성수 코치는 "전반 10~20분이 중요하다. 초반에 다소 긴장될 수 있겠으나 바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승규는 2008년 6강 플레이오프 포항전 승부차기 때 골키퍼로 나서 4-2 승리를 이끈 기억이 있다. 그의 젊은 패기, 자신감이 26일 포항전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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