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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규야 훈련 좀 그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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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 때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는 수만명의 관중 앞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치른 후 관중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런데 26일 K-리그 플레이오프 포항 스틸러스전에 선발 출전한다. 주전이자 멘토인 김영광이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기회가 왔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과 K-리그 챔피언결정전 출전권이 걸린 경기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했다. '이기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 생각이냐'고 묻자 "세리머니는 골을 넣은 형들이 할 것이다. 나는 형들과 얼싸안고 환호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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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강점은 빠른 순간 동작과 뛰어난 공중볼 처리 능력. 장신(1m87, 76kg)이지만 순발력이 탁월하고, 공중볼 포착 능력이 발군이다. 공이 날아오는 위치를 정확히 잡아내고, 낙하 지점을 잘 포착한다. 승부차기 때는 키커가 공을 차는 방향을 보고 움직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빠르다.
지독한 훈련이 지금의 김승규를 만들었다. 공식 훈련이 끝나면 하루 40분, 365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줄넘기를 한다. 20여분간 일단 줄넘기로 워밍업을 하고 난 뒤 이단 뛰기를 600~700번 한다고 했다. 현대중 시절 팀에서 공식 일정 외 훈련을 금지했는데, 그때 학교 창고에 숨어 줄넘기를 하던 습관이 몸에 붙었다. 훈련 전에는 또 따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김성수 코치는 "훈련을 너무 많이 해 컨디션을 해칠까봐 걱정될 정도다"고 했다.
하지만 출전 경기수가 적어 경기 감각이 걱정스럽다. 이번 달 초 A매치 휴식기에 열린 두차례 연습경기(올림픽대표팀, 울산현대미포조선)에 풀타임 출전했으나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김성수 코치는 "전반 10~20분이 중요하다. 초반에 다소 긴장될 수 있겠으나 바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승규는 2008년 6강 플레이오프 포항전 승부차기 때 골키퍼로 나서 4-2 승리를 이끈 기억이 있다. 그의 젊은 패기, 자신감이 26일 포항전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