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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K-리그와 한국축구, 이젠 '아시아 2류'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1-25 14:22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배분을 통해 K-리그와 한국축구는 더 이상 아시아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전북 선수단이 승부차기 끝에 패배가 결정되자 알 사드(카타르) 선수단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륙 최상위 클럽 대항전 출전권 숫자는 실력 뿐만 아니라 해당 리그가 갖고 있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이는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 모두 다르지 않다. 월드컵 8회 진출 및 아시아 최고 성적(4강), 아시아 클럽대항전 최다 우승국(9회·챔피언스리그 및 클럽선수권 포함)인 한국의 K-리그에게 가장 많은 4장의 본선 출전권이 부여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K-리그를 두고 아시아 최고의 리그라고 하지 못하게 됐다. 중동의 카타르는 본선 직행티켓이 2장에서 4장으로 배로 뛴 반면, 3년 연속 대회 결승 진출팀을 배출한 한국 K-리그는 4장에서 3.5장으로 줄어 들었다. 일본은 4장의 본선 출전권을 그대로 유지했다. 출전권 수로 따지면 K-리그는 카타르·일본에 이은 '아시아 2류 리그'가 됐다.

프로연맹의 상황 인식과 대처가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이번 회의에 프로연맹 관계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첫 번째 논의였던 경기분과위원회에서는 가까스로 4장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던 과정을 생각해보면 한국 측 인원이 전무한 집행위원회에서 결정이 뒤바뀔 때에 대비한 차선책이 있어야 했다. 카타르 등 중동권 국가들이 승부조작 문제가 터지기 훨씬 전부터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힘을 빼기 위해 발빠르게 밑바닥부터 공략했던 것에 비춰보면 프로연맹의 대처가 소극적이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 축구의 얼굴인 K-리그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 수수방관한 축구협회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한국 축구의 권익을 지켜내려는 조치나 공조체계는 전혀 없었다. AFC 내에만 한국인 직원이 7명이나 된다. 이들은 특유의 근면함과 깔끔한 일처리로 신망이 두텁다. 행정적으로 한국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을 제대로 활용조차 못했다. 가까운 일본축구협회는 AFC 내에서 J-리그와 관련된 사안은 앞장서 목소리를 낸다. AFC 내 일본인 직원들을 움직여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는 정부에 읍소하기도 한다. 누구의 요청이 있어서가 아니다. 프로리그가 대표팀 못지 않게 대륙에서 위상을 과시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출전권 배분 문제에도 중동은 각국 리그보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움직임이 컸다. 오일머니도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축구협회의 과거를 돌아보면 K-리그 위에 군림했을 뿐, 동반자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이번 회의와 AFC 시상식 참관차 정몽규 프로연맹 회장과 함께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로 떠난 조중연 축구협회장과 일부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일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올림픽대표팀 경기를 보러 간다는 이유로 카타르 도하로 떠났다. 너희들 일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프로연맹이나 축구협회 모두 AFC 내에서 힘을 키우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했다고 말한다. 혹자는 유럽, 남미와는 다른 잣대로 출전권 배분 문제를 해석하는 AFC의 무능력을 꼬집기도 한다. 그러나 힘이 있다면 불리한 여건 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은 아시아 무대 조차 주도하지 못한다는 점이 증명됐다. 제대로 된 상황 인식과 동반자 의식이 결여된 행정 집단으로 인해 벌어진 문제라는 점을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이번 일을 통해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부족한 외교력을 실감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자괴감이나 피해 의식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힘이 없으면 기르면 된다. 2013년 대회 출전권 배분이 내년에 다시 이뤄진다.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발빠르게 고민해봐야 한다. 예전처럼 앉아서 대접받기를 원하다가는 K-리그와 한국 축구는 1년 뒤 또 비웃음 거리가 될 뿐이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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