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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위의 저주, 공격축구는 단기전에선 독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11-20 15:36


19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1 K리그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6강전 FC서울과 울산현대의 경기가 열렸다. 3대1 승리를 거둔 울산현대 김호곤 감독이 경기 종료 후 FC서울 최용수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1.11.19

3위의 저주였다. 2년 전 악몽이 재현됐다.

2009년 FC서울은 3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주포 데얀이 최종라운드에서 퇴장당해 그라운드에 없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6위 전남과 맞닥뜨렸다.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3으로 무릎을 꿇었다. 세뇰 귀네슈 감독은 지휘봉을 놓았다. 3년간의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터키로 돌아갔다.

서울은 지난해 10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 감격에 젖었다. 올시즌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며 3위로 정규라운드를 마감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최종라운드에서 골득실로 라이벌 수원을 누르고 3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19일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안방에서 6위 울산에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울산은 효율적인 축구를 했다. 후방을 튼튼히 한 후 세트피스와 날카로운 측면 돌파를 앞세운 역습이 승부수였다. 선제골이 세트피스, 결승, 쐐기골이 역습에서 나왔다. 수세시에는 7~8명이 수비에 포진했다. 압박도 강력해 울산 진영은 철옹성이었다.

서울의 패인은 공격 축구였다. 시즌 내내 공격 축구를 지향했다. 울산전에서도 철학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단기전에서는 '독'이 됐다. 전반 17분 세트피스에서 선제골을 허용한 후 공수밸런스가 무너졌다.

최고의 파괴력을 자랑하던 데얀과 몰리나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경기 하루 전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이 확정된 하대성의 공백은 치명적이었다. 볼을 자유자재로 뿌릴 선수가 없었다. 수비라인을 단번에 허무는 송곳같은 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공격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수비는 모래성이었다. 수문장 김용대는 최악의 판단으로 연속골을 허용했다. 공격에 치중한 측면은 상대의 역습에 허망하게 흐트러졌다. 잇따라 크로스를 허용했다.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설기현이 부활했고, 1m96의 울산 공격수 김신욱은 중앙에서 물을 만났다. 그의 머리에서 결승골이 터졌다.

김호곤 울산 감독(60)은 최고령 K-리그 사령탑이다. 최용수 감독대행(40)은 최연소 감독이다. 김 감독이 연세대 지휘봉을 잡을 당시 최 감독이 선수로 뛰었다. '사제지간'의 지략대결에서 스승이 완승했다. 김 감독은 "축구는 의외성이 가장 많은 스포츠다. 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길 수 있는 것이 축구의 묘미다. 최용수 감독대행을 빨리 만난 것이 안타깝다. 올해 갑자기 대행을 맡아서 잘해왔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앞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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