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최악의 시즌, 또 다른 한명은 최고 시즌. 아스널의 두 공격수, 박주영(26)과 판 페르시(28·네덜란드)는 올해 페이스가 극과극이지만 시작부터 달랐다. 박주영은 올시즌 팀에 합류한 하나의 공격옵션, 페르시는 팀의 주장이자 기둥이다. 여기에 컨디션과 페이스 차이까지 더해지니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올해 페르시가 이같은 맹활약을 펼칠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축구 좀 할만하면' 다쳤던 페르시가 올해는 미동조차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페르시는 올시즌 17경기에서 15골을 넣었다. 2011년 연도 기준으로 31골(29경기)을 넣어 역대 다섯번째 30골 고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정규리그에서는 12경기-13골의 경이로운 페이스다. 역대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해 30골을 넣은 선수는 앨런 시어러(2회), 티에리 앙리, 반 니스텔루이, 레스 퍼디난드 등 4명 밖에 없다.
페르시는 2013년 6월까지 아스널과 계약됐는데 구단은 벌써 재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차일 피일 재계약을 미루는 페르시 때문에 구단 고위층은 입술이 마를 지경이다. 아스널은 올해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와 나스리(맨시티)를 내보내며 최악의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페르시가 온몸으로 이를 막아내고 있다.
박주영으로선 한 템포 쉬었다가는 여유가 필요할 듯 하다. 귀한 존재일수록 마구 쓸 수는 없다. 페르시에게 휴식을 줄 수 밖에 없다. 박주영에게도 찬스가 돌아온다. 그 기회를 잡아 벵거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 아스널은 24일 도르트문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