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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계 여자 축구 무대에 한국의 자리는 없다.
여자연맹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 오규상)은 대표팀 운영과 담을 쌓고 있다. 대표 선수 선발과 운영은 전적으로 대한축구협회의 몫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여자연맹이 대표팀 운영에 손을 놓았던 것은 아니다. 불과 3년 전에는 여자 대표팀 전반을 여자연맹이 주도했다. 축구협회는 상급단체 자격으로 여자연맹이 추진하는 안을 승인해주는 선에 그쳤다. 그러나 2009년 집행부가 교체된 이후 여자연맹은 대표 선발 및 팀 운영 권한을 축구협회에 넘긴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WK-리그에 집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축구협회도 책임 있다
상급단체인 축구협회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선수들이 맨몸으로 나가 혈전 끝에 얻은 성과에 박수만 쳤을 뿐, 가능성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 축구협회에서 내민 것은 선수와 코칭스태프에 대한 포상금이 전부였다. 이후 각급 대표팀의 목적없는 소집훈련만 늘어났다. 대회를 5달여 앞두고 매달 한 번 꼴로 파주NFC에 선수들이 소집되는 일이 반복됐다. 최상위 팀인 여자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3월 키프로스 4개국 대회와 6월 일본 원정 경기가 런던올림픽 아시아 예선 대비의 전부였다. 그나마 언니들은 나은 편이었다. 19세 이하 대표팀은 이번 아시아선수권 전까지 제대로 된 평가전 한 번 치러보지 못했다. 소집 기간 중 중학교 팀과 연습경기를 치른 것이 고작이다. 기술위원회 차원의 전력 분석이나 보완점 마련이 이뤄져도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제대로 시험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하부단체인 여자연맹이 대표팀을 끌고 갈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시스템이 잘 갖춰진 축구협회가 지도 또는 관리를 했어야 했다. 1999년 일부 지도자들이 여자연맹 창설 움직임을 보이자 축구협회는 강경 대응하면서 주도권 싸움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전무이사 자격으로 축구협회를 이끈 인물이 조중연 축구협회장이었다.
선수들, 근거없는 자신감 버려라
최근 몇 년간의 발전상에 장밋빛 꿈만 꾸는 일부 선수들의 자세도 고쳐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랭킹에서 한국은 16위다. 아시아에서는 일본(4위) 북한(8위) 호주(10위)에 이은 4위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아시아에서는 일본 외에 어떤 팀과 붙어도 해 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이번 17세 이하 아시아선수권까지 거둔 성적을 보면 아직까지 한국은 도전자 신세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지소연과 여민지조차 아직까지 아시아권 실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다. 여자 축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은 아시아 무대에서도 약자다. 지난해 성적은 실력 외에도 운이 따랐기 때문에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오히려 이번 실패가 앞만 보고 달렸던 한국 여자 축구의 현실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거품을 빼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