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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광래 감독 "지금은 고난의 시간"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11-13 10:13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고민이 많다. 머리에도 이제 조금씩 흰머리카락이 보인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중동 2연전 내내 얼굴빛은 좋지 않다. 그만큼 잠도 제대로 못잔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1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국제공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면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부룩했다. 눈 주위는 충혈됐다. 피곤해보였다. '좀 잤느냐'는 질문에 '그냥 뭐 그렇지'라며 대답할 뿐이었다. 전날 UAE에 2대0 승리를 거두고 최종예선 진출에 한발자국 더 다가섰다. 조 감독은 두바이국제공항에서 레바논 베이루트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현재의 팀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한마디로 현재 상황은 조 감독이나 팀에 고난의 시간이다. 팀을 운영하다보면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잘 나갈 때는 한없이 잘나가더라도 불운이 찾아들기 시작하면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조 감독에게도 지금 현재가 그런 시기다. 선수들이 부상이나 다른 이유로 빠져나간다. 대체자를 찾으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고 다시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구조다.

조 감독은 현재 대표팀이 그런 시기라고 성명했다. 1년 새에 팀의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청용은 팀의 프리시즌 매치 도중 크게 다쳤다. 이번 중동 원정을 앞두고 기성용은 알 수 없는 병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번 레바논전에서는 박주영마저 경고누적으로 뛸 수 없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과 아시안컵 3위를 이끈 11명 가운데 5명이 없다. 대체자로 지목한 선수들도 아직은 마뜩찮다.

대안은 '신중함'이었다. 각종 부상과 불운이 겹치는 상황에서는 무리해서는 안된다. 수비를 안정되게 한 뒤 공격을 정비하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팀운영을 펼쳐야 한다. 조 감독도 잘 알고 있다 그는 "팀을 이끌고 가다보면 부상도 나오고 팀 자체로도 어쩔 수 없는 날이 있다. 선수를 탓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신중하게 팀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신중함'이 평소 조 감독이 주창해온 '빠른 템포의 공격 축구'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조 감독은 "수비를 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공격 축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12일 밤에 열린 터키와 크로아티아의 유로2012 플레이오프(크로아티아 3대0 승)를 예로 들었다 조 감독은 "터키도 유럽에서는 까다로운 팀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가 수비도 하며서 빠른 템포의 공격을 하니까 터키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도 어쩔 수 엇이 당하기만 하더라"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우리가 앞으로 이런 팀들과 맞붙어야 한다. 빠른 템포의 공격 축구 없이 무엇으로 상대할 것인가. 어려워도 해내야 한다. 그걸 해낼 수 있다는 의지가 없는 선수는 대표로서의 자격도 없다"고 강조했다.

고난의 시간 끝은 언제일까. 조 감독은 내년부터는 숨통이 트여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청용과 기성용 등 부상선수들이 돌아오고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도 확정짓는다면 다시 추스릴 시간이 생긴다. 조 감독은 "이번 레바논전만 잘 치르면 최종예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최종예선까지는 큰 일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준비할 생각이다. 부상 선수도 돌아온다"고 한껏 기대했다.
두바이(UAE)=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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