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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이어 박주영의 추가골로 악몽에서는 탈출했다. 하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중앙에서 방향 감각을 잃었다. 어지러움과 구토증세를 호소하며 엔트리에서 제외된 기성용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예고대로 진용에 변화를 줬다. 중앙수비수 홍정호가 기성용 자리에 섰고, 곽태휘가 이정수와 중앙수비에서 호흡을 맞췄다.
기성용은 조광래호의 중심 축이었다. 수세시에는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으로 상대를 거칠게 저지한다. 공세시에는 송곳같은 패스로 좌우, 중앙으로 볼을 뿌린다. 방향전환도 빠르다. 롱패스도 거의 오차가 없다. 세트피스를 전담하며 현란한 슈팅과 킥력도 자랑했다. 1인 3~4역을 홀로 소화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연결 고리가 사라진 점이다. 패스는 둔탁했고, 빈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도 무뎠다. 수비수가 바짝 붙은 패스 연결은 비생산적이었다. 허리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자 연쇄적인 부실로 이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듀오 박주영과 지동원의 몸도 무거웠다. 드리블은 길고 볼터치는 최악이었다. 지동원은 하프타임에 손흥민과 교체됐다. 차두리가 부상에서 복귀하고, 곽태휘가 가세한 수비 조합도 안정된 느낌을 주지 못했다.
다행히 후반 손흥민이 투입되며 측면 공격이 살아났고, 꼬인 매듭이 풀리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후반 19분 중원에도 칼을 댔다. 이승기가 이용래 자리에 섰고, 이용래는 왼쪽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그리고 후반 34분 이근호가 교체 출전해 한국 축구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박주영도 인저리타임에 살아났다.
갈 길이 멀다. 3차예선은 리허설에 불과하다. 최종예선은 더 험난하다. 부상 선수에 대비한 플랜 B에 대한 해법이 절실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