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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최효진-이상기, 훈련소 입소날이 하필 A매치데이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11-11 14:47


11일 충남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는 상주 상무 이병 이상기(왼쪽)와 상병 최효진.

대표팀의 A매치는 프로축구 선수들에게도 재미난 구경거리다. 숙소에서 삼삼오오 모여 경기를 관전하거나 개별적으로 TV앞에 앉는다. 군인이라고 다를 건 없다. 상주 상무 선수단도 성남 국군체육부대의 휴게실에 다 같이 모여 앉아 경기를 지켜본다. 그런데 상무 선수들이 A매치를 지켜보는 열정은 보통의 군인들이 걸그룹의 무대를 지켜보는 것 그 이상이다. 환호성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런 재미를 뒤로 해야 할 이들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11일)와 레바논(15일)전 등 중동 2연전을 지켜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운명이다. 상주 상무의 상병 최효진과 이병 이상기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11일 오후 3시 신병교육을 위해 충남 논산훈련소에 입소한다. 지난해 12월에 입대한 최효진은 1월 카타르아시안컵에 출전하느라, 이상기는 지난 7월 말 특별전형으로 시즌 중 상무에 입대하느라 신병 교육을 받지 못했다. 미뤄뒀던 신병 교육 훈련을 비시즌 동안 마치게 됐다.

공교롭게도 대표팀의 아랍에미리트전이 있는 그 날이다. 이상기는 "A매치는 다 챙겨보는데 이번에 보지 못하게 됐다. 선임들과 함께 휴게실에서 지켜볼 때 재미있다. 막 환호성도 지르고 인기가 걸그룹 무대를 보는 것 이상이다. 이번에 보지 못하게 돼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정성룡과 대표팀 경기가 끝나면 경기 내용을 놓고 통화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그럴 기회도 없다. 최효진은 "5주 뒤에나 경기 결과를 알게 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들에게 A매치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훈련소 생활. 두 번째 훈련소 입소다. 4박5일간 입소대대 생활을 이미 했다. 훈련소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계급의 차이만큼 두 번째 입소에 대한 감정은 제 각각이었다. 상병 최효진은 "군생활을 한 지 1년이 다 되간다. 처음 입소할 때는 잠도 못잤다. 이제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입소하겠다. 그동안 장난감 총만 쏴봤는데 실제 총을 쏠 수 있다는 게 기대 된다"며 웃었다. 반면 이상기는 "처음 입소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가서 기대가 됐는데 이제는 군생활을 알고 들어가다보니 더 떨린다"고 답했다.

시즌을 마치고 휴가를 즐기고 있던 이들은 3시 훈련소 입소전에 논산훈련소 근처에서 만났다. 휴가기간에도 서로 안부 전화를 하며 훈련소 생활에 대한 얘기 꽃을 피웠던 이들이 입소 전 마지막 만찬을 함께 즐기기로 한 것. 그래도 하나가 아닌 둘이라 힘은 난다. 최효진은 "혼자 들어가는 것보다 상기와 함께 하게 돼서 좋다.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은 소대에 배치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시 맞게 된 훈련소 생활의 고민은 딱 한가지 있다. 계급 문제다. 다른 신병들과 달리 이들의 군복에 계급장이 있다. 새로운 군복에 군화를 다시 지급 받아 다른 신병들과 겉모습은 다를 바 없지만 나름의 '짬밥'이 있다. 자신보다 아래 계급의 훈련 조교에게 지시를 받는 피치못할 '하극상'이 생길 수도 있다. 최효진은 "상병으로 훈련소에 입소하는데 안에서는 똑같을 것 같다. 그래도 대우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상기는 "계급을 떼야 하나"라며 고민했다.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이들은 12월 중순 상무로 복귀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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