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UAE축구협회 꼼수에 뿔난 한국 교민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11-11 23:05 | 최종수정 2011-11-11 23:05


강자에 대한 견제일까 아니면 단순한 텃세일까.

아랍에미리트(UAE)축구협회가 말도 안되는 꼼수를 쓰다가 스타일만 구겼다.

경기가 열린 UAE 두바이 알 라시드 스타디움은 경기 시작 2시간전부터 붐볐다. UAE 각지에서 한인 교민들이 몰려들었다. 주말인데다가 2009년 이후 2년만에 열리는 한국 A대표팀의 경기였다. 경기 시작 7시간전에 아부다비에서 출발한 가족도 있었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열혈 축구팬도 있었다. UAE 한인회는 이날 경기를 한인회 친목의 날로 선정했다. 막대모양 초코과자를 나누기도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경기 시작 3시간전부터 험악해졌다. UAE축구협회가 쓴 꼼수 때문이었다. 대개 중동에서는 A매치가 무료다. UAE축구협회도 이 경기는 무료로 진행됐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자국민만 공짜였다. 외국인, 즉 한국 교민들은 20디람(약 6000원)에 입장티켓을 팔았다. 여기까지는 이해할만했다. 문제는 티켓의 수였다. UAE축구협회는 단 1000장만 준비했다. 현장 판매도 없었다. 미리 티켓을 확보한 1000명만 경기장에 입장했다. 한쪽 구석으로 몰았다. 이들을 제외한 2000여명은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했다. 1만2000석 좌석 가운데 한쪽 골대 뒤는 완전히 비었다.

이곳저곳에서 항의가 쏟아졌다.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교민들은 티켓판매소로 달려갔다. 티켓판매 담당자는 어쩔수 없다는 듯 손을 모아 양해만 구할 뿐이었다. 급기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읍소작전도 펼쳐졌다. 교민들은 VIP 출입구를 통해 입장하던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을 잡고 들여보내달라고 읍소했다. 취재진들까지도 붙잡고 사정을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진화에 나섰다. UAE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 얘기했다. 처음에는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자 그제서야 '조치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공수표였다. UAE 경찰은 100여명 정도만 입장을 허용했다. 나머지는 그대로 경기장 밖에 남아있었다. 이곳저곳에서 큰소리가 오갔다.

대한축구협회는 손만 놓고 있었다. UAE축구협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룰을 내세운다는 말만 했다. FIFA룰에 따르면 전체 좌석의 최소 8%만 원정팬에게 제공하면 된다. 그 이상은 해당 홈팀의 자유였다. 1만2000석의 8%는 960석이다. UAE축구협회는 자기 의무를 다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UAE축구협회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를 이런식으로 견제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켠 느낌이다. 명백한 텃세다.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두바이(UAE)=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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