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국이 FIFA A매치 휴식기를 맞아 8일 귀국했다. 7일 브레스트전에서 시즌 두번째 골을 넣은 정조국은 오세르에서 낭시로 이적이 활정됐을 때 가장 기뻤다고 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는 정조국의 마음은 아들 태하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인천공항=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정조국(27·프랑스 낭시)은 파리를 출발해 11시간 내내 잠을 자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15개월 된 아들 태하를 만난다는 설렘 때문인지, 전날 시즌 2호골을 터트려서인지,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을 맞아 특별 휴가를 받았다. 국가대표로 차출되지 않은 선수들은 9일부터 팀 훈련을 하지만, 정조국만 일주일 휴가를 얻었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닌데, 장 페르난데스 감독(57)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정조국을 배려한 것이다.
8일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정조국. 비행시간 11시간 내내 잠을 자지 못했다는 정조국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인천공항=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프랑스로 돌아갈 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선물을 하고 싶은데, 뭐 좋은 거 없을까요?"
페르난데스 감독은 정조국에게 특별했다. 프랑스 리그1 두번째 시즌. 시즌 초반 교체명단에도 들지 못하던 정조국은 지난 9월 중순 오세르에서 낭시로 이적한 후 주전으로 도약했다. 오세르 사령탑 시절 정조국을 영입한 페르난데스 감독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조국은 낭시 이적 직후부터 7경기, 전 게임에 출전해 2골을 넣었다.
프랑스 리그1 두번째 시즌을 맞아 주전으로 도약한 정조국. 그는 오세르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손을 내밀어준 장 페르난데스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인천공항=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정조국에게 가장 기뻤던 순간, 의미있는 시간을 물었다. 내심 올림피크 리옹전(1대3 패)에서 터트린 시즌 첫 골이나 7일 브레스트전(2대1 승) 두번째 골을 생각했다. 그런데 정조국은 "낭시로 이적이 확정됐을 때 정말 날아갈 것 같았다. 오세르에서 낭시까지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인데, 피곤한 줄 모르고 달려갔다. 또 니스전(10월 22일)에서 팀이 첫 승을 거뒀을 때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말을 해봐야 변명 밖에 안 되겠지만, 시즌 초반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골을 넣는 것은 공격수의 당연한 임무이기에 순위를 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페르난데스 감독은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클럽하우스에 들어선 정조국을 반갑게 맞았다. 지난 1월 오세르 입단 첫 날 저녁 식사에 초대해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를 하라"고 했던 페르난데스 감독의 모습을 정조국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8일 귀국한 정조국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공항=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정조국은 "지난 시즌 페르난데스 감독은 주로 교체로 나서던 나를 볼 때마다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팀은 달라졌지만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제 내가 골과 성적으로 보답을 해야할 차례"라고 했다. 믿음과 믿음이 만나 만들어진 굳건한 신뢰. 지도자와 선수가 아닌, 아버지와 아들 분위기가 엿보인다. 아시아축구에 관심이 많은 페르난데스 감독은 정조국의 슈팅 능력 뿐만 아니라, 유럽인에게 찾아보기 힘든 예의범절과 책임감, 성실성에 마음을 빼앗겼다.
정조국의 리그1 경기 모습. 사진캡처=낭시 홈페이지
정조국은 훈련 때보다 경기장에서 마음이 더 편하다고 했다. 훈련장에서는 매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정조국은 "솔직히 K-리그 때는 몸이 안 좋으면 훈련을 느슨히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단 한 번도 훈련을 마음 편하게 하지 못했다. 항상 신경을 바짝 세우고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