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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구단주 송영길, 정치놀음의 끝은 어디인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1-08 11:44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주인 송영길 인천시장의 정치놀음이 도를 넘었다. 중국에서 시도하는 합작사업에 구단자금 4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송 시장(오른쪽 두번째)이 7일 중국 단둥 축구화공장 준공식을 마친 뒤 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 유나이티드

가관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구단주인 송영길 인천시장(48)의 행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인천 구단은 7일 중국 단둥에서 한-중 합작 축구화공장 준공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북한 근로자 20명을 고용해 수제 축구화 장인 김복학씨가 기술을 전수하면서 공장 관리는 중국인이 맡는 체제로 운영된다. 인천 구단은 축구화공장을 만드는데 4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처사다. 현재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인천이다. 인천은 최근 저조한 성적으로 스폰서 기업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창단 시부터 7년간 용품을 지원해 온 독일계 스포츠용품사와도 내년부터는 결별한다. 젖줄이 되어 줄 것으로 전망됐던 숭의축구전용구장 공사는 5개월간 중단되면서 당초 목표였던 올 연말 완공이 힘들어 졌다. 완공과 동시에 구장 위탁운영으로 새 수익원 창출 및 자금난 해소를 기대했던 인천 구단의 목표는 당분간 연기가 불가피 하다. 자금난으로 최근 구단 직원들의 월급까지 줄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들린다. 이 와중에 억 단위의 거금을 들여 수익이 불투명한 사업을 벌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인천 구단 측은 "단둥 축구화공장에서 고급 축구화 1만 켤레와 보급용 2만 켤레 등 연 3만 켤레를 생산할 예정"이며 이를 브랜드화해 신규 수입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 국내외 축구 시장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도 희비가 엇갈리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인천의 계획은 냉정히 보면 '장밋빛 꿈'에 불과하다.


◇2013년 K-리그 승강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구단 재정과 전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송 시장은 인천 구단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송 시장(가운데)을 비롯한 인천 구단 및 중국 단둥시 관계자들이 단둥 축구화공장 준공식에서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인천은 적은 비용으로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해 냈다. 이근호 최효진 이정수 유병수 최태욱 등 드래프트와 FA(자유계약선수) 등으로 데려온 선수를 잘 키워 높은 금액으로 되파는 영입 정책이 돋보였다. 현재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은 예전부터 흙속의 진주 발굴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올 시즌에도 박준태 김재웅 한교원 유준수 같은 쓸 만한 재목을 길러 냈다. 올 시즌 저조한 성적과 내년부터 시행될 스플릿 시스템을 감안하면 여유 자금을 유망주 발굴 및 영입에 투자하는 것이 시급하다. 인천이 오래 전부터 시행해 오면서 호평을 받고 있는 지역 중학교 축구리그인 '미들스타 리그'의 확대나 다양한 지역 친화 사업을 도모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구단 발전안은 정치논리 속에 실종됐다.

송 시장의 발언에서 모든 의도가 드러나 있다. 송 시장은 준공식 자리에서 "이번 단둥축구화공장 사업은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드는 새로운 모델의 남북경협 방식이다. 인천과 북한의 경제교류 확대는 남북화해 구축과 동북아 평화의 밑거름이 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당 연설에서나 들어볼 법한 말이다.

송 시장은 올해 사장 선임 문제와 숭의구장 건립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치적 입김을 발휘해 사장 선임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숭의구장 문제는 지역 재래시장 상인의 반발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다가 천문학적인 금액의 행정소송 움직임과 구단 안팎의 비난 속에 마지못해 중재자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시민구단 구단주가 그렇듯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행보를 걷고 있다. 송 시장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구단을 이용한 정치놀음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강등되고 나서 후회를 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인천 구단을 시민주 공모를 통해 만들어 진 시민의 구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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