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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이동국, 그의 축구사는 새드 무비의 연속인가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1-06 15:00 | 최종수정 2011-11-06 15:00


전북현대와 알사드의 201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이동국이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쓰러지고 있다. 전주=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서 빼앗긴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우승은 신만이 아는 것 같다"고 했다. 신은 전북 킬러 이동국(32)을 외면했다. 이동국은 눈시울을 붉혔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구단 사무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괴로워했다. 머리를 감싸쥐고 "오늘 결과는 다 나때문이다"고 말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의 자책에 주위는 숙연해졌다.

이동국에게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알 사드(카타르)와의 201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슴쓰린 추억으로 남았다. 이동국은 이번 대회 득점왕(9골)과 MVP 2관왕을 차지했다. 알 사드와 120분 혈투 끝에 승부차기에서 2-4로 졌다. 이동국은 동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시상대에 올랐다. 기쁘지 않았다.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억지 웃음을 하고 내려왔다.

이동국은 출전을 강행했다. 최 감독은 선수의 강한 의지를 막지 못했다. 이동국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원정 때 왼쪽 종아리 근육을 다쳤다. 약 20일 지났지만 회복이 더뎌 훈련량이 부족했다. 후반 25분 루이스 대신 조커로 들어갔다. 최 감독의 예상대로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움직임이 둔했다. 볼컨트롤도 둔탁했다. 연장 전반 11분, 상대 골문 앞에서 찬 슈팅은 어이없는 방향으로 날아가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동국은 승부차기 키커로 나가지도 못했다. 김동찬 박원재의 승부차기 킥이 상대 골키퍼 모하메드의 선방에 막히는 걸 바라봐야 했다. 이동국이 꼭 만져보고 싶었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는 카타르로 갔다.

이동국은 기자회견에서 "나 때문에 이런 결과가 온 것만 같다. 응원을 해주신 모든 팬에게 죄송하다"면서 "두 개의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내가 잘했다기보다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우승을 못해 나 자신에게 원망스럽다. 부상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또 좌절을 맛봤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보고 전북이 목표로 한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를 놓쳤다. K-리그 우승은 남아 있다.

이동국은 우여곡절 많은 인생에 또 하나의 사연을 남겼다. 2006년 무릎인대 파열로 독일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이 무산됐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나갔지만 생각만큼 출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 조커로 들어갔지만 빗맞은 슈팅이 골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팬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A대표팀에 뽑혔다가 보여준 것 없이 마음고생만 하다 소속팀으로 돌아왔다. 최근 다시 소집된 A대표팀 차출 명단에선 제외됐다.

이동국은 태극마크를 달고 최고의 공격수는 아니었다. 후배 박주영(아스널)이 있었다. 이동국은 보란듯이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고 최고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아시아 최고 선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정신적 충격이 컸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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