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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20·선덜랜드)은 지난 7월 선덜랜드행을 앞두고 전남 광양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선수로 서슴없이 맨유의 리오 퍼디낸드, 네마냐 비디치를 위시한 '명품' 포백 조합을 언급했다. "긴장은 되겠지만 어느 정도 레벨인지 직접 맞붙어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공격수로는 웨인 루니를 보고 싶다"고도 했었다. 유독 맨유 선수들만 언급하느냐는 질문엔 "맨유에 좋은 선수가 많고 축구를 잘하기 때문"이라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전반 후반부터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전반 40분 위력적인 오른발 슈팅, 전반 43분 과감한 중거리 왼발 슈팅을 잇달아 선보인 지동원은 더 이상 '순둥이'가 아니었다. 작심한 듯 치열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반 종료 직전엔 퍼디낸드에게 깊은 태클을 들이대며 옐로카드까지 받았다. 후반 22분 세트피스 상황에선 페널티킥을 유도해낼 뻔했다. 맨유 수비수의 핸들링 반칙이 선언됐지만 판정이 번복됐다.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 역시 지동원을 끝까지 믿어줬다. 후반 31분 스테판 세세뇽을 앨모하마디와 교체하며 지동원을 벤트너와 투톱으로 내세웠다. 앨모하마디가 측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격이 활력을 되찾았다. 지동원 스스로도 후반으로 갈수록 몸이 풀렸다고 자평했다. 경기 후 영국 현지 언론인 스카이스포츠에서 평점 7점, 골닷컴에서 평점 6점의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오랜만에 그라운드에 나선 만큼 유난히 힘든 경기였다. 스트라이커로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해 아쉬운 경기였다. 0대1로 분패하긴 했지만 지동원 특유의 침착함과 대담함만큼은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동원은 퍼디낸드와 비디치와의 맞대결 소감을 묻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했다. "꼭 상대해보고 싶었고 이겨보고 싶었는데 공중볼에서 많이 진 것 같다. 좀 더 잘해야 한다. 몸싸움뿐만 아니라 (점프) 타이밍 같은 것도 차이가 많이 났다. 경기를 하면서 많이 힘들었다"며 아쉬움을 줄줄이 토로했다. '선배' 박지성, '좋아하는 팀' 맨유, '보고싶던 선수' 루니와의 만남에는 오히려 담담했다. "처음엔 신기했는데 경기에 집중하고 팀에 충실하느라 별 느낌이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실감이 '조금' 났다"고 했다. 앞뒤 좌우 돌아볼 틈 없이 매순간 경기에만 집중한 탓이다.
박지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동원이는) 경기를 잘했다. 첫 시즌에 올드트래포드에서 경기하는 것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로 자신감 있게 경기를 펼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지동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후배의 활약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