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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0)은 현재 K-리그에서 최고령 감독이다. 지도자 생활 28년차다. 1983년 울산현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아마추어팀과 프로팀은 물론이고 대표팀도 맡으며 무수한 경기를 치러왔다. 먼 훗날 자기의 축구 인생을 정리할 때 분명히 언급해야할 경기도 수두룩하다. 30일 김 감독은 '기억에 남길 경기' 목록에 또 다른 경기를 하나 추가했다 .바로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FC와의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0라운드 최종전이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어떤 식으로 얘기할 지 난감했다. 일단 "우리의 경기를 하자"고 독려했다. 문제는 마음가짐이었다. 김 감독은 "이겨야 하는 경기면 차라리 선수들을 격려하기 쉽다. 비겨도 되는 경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택한 해법은 '귀를 막는 것'이었다. 다른 팀들의 경기는 머리속에서 밀어냈다. 오롯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경기만 지켜봤다. 0-0으로 비긴 하프타임에도 다른 경기 결과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경기는 어려웠다. 울산의 슈팅은 번번이 빗나갔다. 김신욱이 두번 대구의 골문을 갈랐지만 부심의 깃발이 올라가 있었다. 후반 32분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루시오가 실축하고 말았다. 0대0으로 끝났다. 김 감독은 크게 한 숨을 쉬었다. 자력으로 6강에 진출했다. 라커룸으로 들어오면서 그제서야 팀 관계자에게 물었다. "우리 몇 등이고?" 6위라는 대답을 들었다.
경기 후 인터뷰장에서 김 감독은 "정말 어려운 경기였다. 우리팀에게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혀를 내두르며 빙긋이 웃었다. 홀가분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내 눈빛을 밝혔다. 베테랑 승부사는 "6강에서는 우리들의 플레이하도록 노력하겠다. 플레이오프에 나가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고 싶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