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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같은 선수도 6개월이 지나야 제 실력을 발휘했다."
벵거 감독의 입장이 바뀌는데는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박주영은 26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턴과의 칼링컵 16강전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12분 감각적인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역전 결승골이자 자신의 잉글랜드 데뷔골이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박주영의 골 소식을 전하면서 '벵거 감독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노다지를 건졌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만큼 강렬한 득점이었다. 이 골로 아스널은 볼턴을 2대1로 꺾고 칼링컵 8강행에 성공했다.
박주영의 득점 직후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박수를 쳤던 벵거 감독은 박주영이 EPL에 나설 준비를 마쳤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종전의 입장을 확 바꿨다. 이유는 간단했다. 첫 출전이었던 슈르스버리전보다 훨씬 더 나은 움직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벵거 감독은 "첫 경기와 비교해 봤을 때 훨씬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박주영은 영리함과 뛰어난 기량, 움직임에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까지 좋았다. (득점은) 의심할 여지 없이 환상적인 마무리 였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볼턴전을 계기로 박주영에 대한 벵거 감독의 계획은 조금씩 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벵거 감독은 EPL 경기에 박주영을 후보 명단으로 포함시켜 왔다. 하지만, '제3의 카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후반 교체 시점에서 박주영이 아닌 베나윤과 샤막, 아르샤빈이 선택을 받아 왔다. 이들이 나서지 않더라도 챔버레인이나 산토스가 빈 자리를 메웠다. 박주영이 A대표팀이나 리그1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EPL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볼턴전을 통해 박주영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최근 판 페르시 외에 믿을 만한 공격수가 없는 아스널의 팀 사정상, 벵거 감독은 향후 득점이 필요한 시점에 박주용 카드를 고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