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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R-리그 폐지 가닥, '허와 실'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10-21 14:31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 스포츠조선DB

내년시즌 사실상 프로 R-리그(2군 리그)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K-리그 16개 구단 관계자들이 모인 실무자 회의에서 R-리그 존폐 여부가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논의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R-리그를 없애는 것이 낫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몇몇 구단에서만 존속시키자는 의견을 냈다"며 "곧 이사회의 의견을 덧붙여 존폐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가지가 맞물렸다. 우선 R-리그의 효율성 문제가 제기됐다. R-리그 운영의 목적은 우수선수 육성에 있다. 음지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들이나 젊은 선수들을 키워 1군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취지다. 2000년부터 시작된 R-리그에서 1군 무대로 올라가 맹활약을 펼친 선수로는 이근호(감바 오사카) 한동원(대구) 강수일(제주) 등이 있다. 이들은 R-리그 MVP 출신들이다. 그런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망주임에도 기량 발전없이 R-리그에만 소속되어 있다 사라지는 선수들이 많다. 인력 낭비 방지를 위해서라도 스플릿 시스템이 실시되는 2012년부터 2부 리그에 참여하게 될 팀들의 선수 수급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 낫다.

또 다른 한가지는 승강제 실시 사전 작업 중 하나라는 것이다. 승강제를 실시하기 위해선 구단들의 몸집 축소는 불가피하다. 당장 내년시즌부터 구단들은 25~30명 정도로 선수단 규모를 줄일 전망이다.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선수단 운영비가 절감된다. 구단 지출비용의 60~70%를 차지하는 선수단 임금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은 우수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장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R-리그는 뛰어난 고교 선수들이 지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무대로도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R-리그가 폐지되면, 고등리그에서만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해야 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선수 지명이 늘어난다. 웨인 루니(맨유)는 에버턴 유소년팀 소속 시절 자신의 나이보다 2~3세 높은 팀에서 뛰었다. '과연 루니가 동년배들과 같이 공을 찼다면 지금의 루니가 나올 수 있었겠는가'란 의문이 든다.

여기에 신인 드래프트가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선수단 규모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많은 젊은 선수들이 선발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축구계에 취업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

구단 관계자는 "R-리그 참여는 강제 조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녀시즌 참여하고 싶은 구단만 참여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몰리고 있다"며 "결국 2부리그 정착 여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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